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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간 닫혀 있던 금단의 땅에 내딛는 첫걸음
70년 가까이 일반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경기도 파주~강원도 고성 비무장지대(DMZ) 철책 주변 식물을 수록한 책자가 나왔습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육군본부와 함께 'DMZ 비밀의 숲'(Knocking on The DMZ)을 발간했다고 밝혔습니다.
DMZ는 천이(같은 장소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식물군집의 변화) 과정 중 초기 단계인 곳이 많아 외래식물 침입이나 인위적인 활동 등으로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기 쉬운 지역입니다.
국립수목원은 2015년부터 육군본부와 함께 파주~고성 155마일(249.5㎞) DMZ 철책 주변 식물 현황을 연구하고 기록해 보전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로 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가볼 수 없고 민족상잔의 아픈 기억이 스며있는, 금단의 DMZ 숲의 생태 환경을 지면을 빌려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DMZ 비밀의 숲은 국립수목원 홈페이지(www.kna.go.kr) '연구' 탭에 있는 '연구간행물'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 DMZ 자생식물원
DMZ는 한반도의 동서를 잇는 국토 생태네트워크의 핵심 벨트로 분단 이후, 50여 년간 민간인의 접근이 통제ㆍ제한되어 왔기 때문에, 그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자연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자연경관이 우수하고 생물다양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주요 희귀 야생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인정을 받고 있고, 경제적·학술적 가치에 있어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곳입니다.
현재 비무장지대 및 인접 지역의 생물상은 식물 2,237종, 어류 106종, 양서·파충류 29종, 조류 201종, 포유류 52종을 차지합니다.
국립수목원은 이러한 DMZ의 다양한 식물자원 중 특히, 북방계 지역의 식물자원을 수집·보전하고, 통일 후 북한지역의 산림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연구, 그리고 동서 생태축을 연결하는 DMZ 지역의 희귀, 특산식물을 보전하고자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만대리에 DMZ 자생식물원을 조성하였습니다.
◆ DMZ 자생식물원이 위치한 펀치볼
DMZ 자생식물원은 강원도 양구군 대암산 자락 해안면 펀치볼(Punch Bowl) 자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해안면은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분지 하나가 하나의 면을 이루는 독특한 지역입니다.
화채 그릇을 지칭하는 펀치볼은 이 독특한 지형의 모습을 지닌 해안면의 별명입니다. 한국 전쟁 당시 전쟁 당시 이 일대는, 한국 해병대 제1연대와 미 해병대 제1사단이 북한군 1사단과 치열하게 싸웠던 격전지였습니다.
이 처절한 전투를 취재했던 외국 종군기자는, 피로 얼룩진 전투장에 석양이 드리운 모습을 보면서 펀치볼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 펀치볼, DMZ 자생식물원을 품다.
1,000미터가 넘는 산들로 둥글게 둘러싸여 거대한 분지형인 이곳 펀치볼에는 지형적인 특징으로 인해, 같은 위도상에서는 자랄 수 없는 북방계 식물이 살고 있습니다. 식물학적으로 가치 있는 수목 연구의 최적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DMZ 자생식물원은 DMZ 식물과 북방계 식물을 연구하고 보전하기 위해, 2016년, 이곳 펀치볼 언덕 위에 설립되었습니다.
한국에서 DMZ와 가장 가깝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식물원, DMZ 자생식물원은 이곳에서 한반도의 동서 생태 축을 연결하는 DMZ 지역의 희귀·특산식물 및 북방계 식물들을 보전하고 관리하는 것은 물론 그에 대한 연구, 전시, 교육을 활발히 하고 있는 곳입니다.
◆ DMZ 원
비무장지대에는 다양한 산림생물자원들이 둥지를 틀고 있지만,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적인 탓에 그곳의 식물들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DMZ 원은 한반도의 동과 서를 내달리는 비무장지대의 경관을 그대로 재현한 곳이자 동고서저 지형을 부각시켜 식물이 살아가는 환경에 맞는 전시 공간입니다.
험준한 산악지대인 동부 DMZ, 서서히 평야를 이루는 중부 DMZ, 임진강으로 흘러가는 서부 DMZ에서 모인 자생식물들을 DMZ 원이라는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희귀·특산식물원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DMZ 일대에는 희귀 식물과 특산식물이 유독 많습니다. 희귀·특산식물원은 이러한 희귀·특산식물들을 보호하고 체계적인 관리 제도 확립을 위한 연구 공간입니다.
깊은 산에 들어서야 만날 수 있는 모데미풀과 노랑무늬 붓꽃, 험준한 산정에 올라서야 눈 맞출 수 있는 금강봄맞이와 요강나물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는 이 땅의 많은 희귀·특산식물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 고층 습지원
고층 습지원은 람사르 협약 습지로 등록되어 생태적으로나 학술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의 유일한 고층 습원, 용늪을 본떠 조성한 곳입니다.
경사지를 활용하여 저지대의 습지원을 경관에 맞게 마련하였습니다. 서로 인접한 습지는 종들의 잦은 이입으로 생물 다양성이 높다는 정설을 인식하여, '습지원'을 잇는 수계 둘레에도 다양한 식물들이 보금자리를 갖출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습니다.
◆ 야생 화원
야생 화원은 철책선에 핀 나무와 풀꽃들을 조사하며 보았던 그곳의 풍경들을 많은 분들과 나누기 위해 기획된 전시 공간입니다.
야생화 동산에서 피고 지는 우리 꽃들이 DMZ 자생식물원 둘레의 숲들과 조화로이 어우러져 이질적인 전시 공간이 아닌, 주변 경관과 하나 된 전시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 War 가든
War 가든은 DMZ 자생식물원의 주제 정원으로 DMZ가 지닌 자연·역사·문화요소를 반영하여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조성된 곳입니다.
치열한 격전지였던 '펀치볼'에 둥지를 튼 DMZ 자생식물원 War 가든을 찾은 분들이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나무와 풀꽃들로 기억의 상처를 보듬는 시간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소나무 과원
소나무 과원은 전 세계에 분포하는 소나무 과(Pinaceae) 식물의 원종과 변종, 품종을 수집하여 전시하는 공간입니다.
전나무 속(Abies), 가문비나무속(Picea), 소나무 속(Pinus) 등 기후변화에 취약한 고산 침엽수 식물들을 본 전시원에 모음으로써, 산림 생명 자원의 다양성 확보까지 도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였습니다.
◆ 회상의 숲
DMZ 자생식물원 부지의 어느 모퉁이는 과거 한 시절 이 땅을 일구었던 한 거주민의 경작지였습니다. 돌담을 쌓아 만든 밭의 흔적이 그 역사를 말해주기도 합니다.
바람이 일고, 볕이 들고, 비가 내리던 날들이 이곳에 켜켜이 쌓여있습니다. 그렇게 세월의 두께가 더해져 과거 경작지였던 이곳은 자연적으로 작은 숲이 되었습니다. DMZ 자생식물원은 이 숲을 '회상의 숲'이라 이름 짓고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자료 제공 : 산림청 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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