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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회생 신청 직전, 대규모 채권을 찍어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 단기 자금조달 수단이던 카드 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등 금융채권을 엄청난 규모로 찍어냈다는 점이 밝혀져 논란입니다.
회생 전, 마지막 3개월 발행 금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 늘어났습니다. 홈플러스가 기업 신용등급이 낮아질 것 같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무리하게 단기사채를 발행했던 것이 사실인지가 관건입니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걸 알고도 이를 숨기고 돈을 빌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 홈플러스 회생 신청 직전, 대규모 채권 낸 것이 논란
홈플러스의 주된 단기 자금조달 수단이던 카드 대금 기초 유동화증권 발행이 작년 말부터 급증해, 회생 신청 직전인 지난달에는 최근 2년 새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금융당국이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강등을 인지하고도 단기채권을 발행했는지에 초점이 맞추고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르면 지난해 말 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입수한 신영증권의 2023~2025년 월별 홈플러스 ABSTB·기업어음(CP)·단기사채 발행 현황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ABSTB 발행액은 지난달 1천518억 원으로 월별 기준 최근 22년 새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신영증권의 ABSTB 발행은 전년 대비 약 30% 늘어났습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ABSTB 발행액이 3,608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670억 원)보다 35% 늘어나면서, 증가 속도가 빨라진 데 이어 지난달 정점을 찍었습니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할 것 같다는 예비평정을 신용평가사에서 전달받은 지난달 25일 820억 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해 신용등급 강등을 인지하고도 단기사채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된 뒤 이달 4일 자정께 기습적으로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에 더해 홈플러스가 지난해 연말부터 ABSTB 등 단기채권 발행을 확대한 것을 두고 그보다 먼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하고 회생 신청을 계획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지난해 연말 ABSTB 등 단기채권 발행을 확대하는 이유에 관해 매출 확대를 위해 재고를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면서, 기업회생 신청을 미리 계획하고 재고 확대에 나선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홈플러스는 3년 전부터 신용등급이 계속 떨어졌기 때문에 적자가 더 누적되는 등 재무 상황이 악화하면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신호를 시장 관행상 사전에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했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 홈플러스 개인투자자의 피해도 급등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금융채권은 모두 동결됐습니다. 따라서 홈플러스를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돈이 묶여있는 상태입니다.
카드 대금 기초 ABSTB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676명에, 총투자금은 2,075억 원에 달합니다.
홈플러스 최대 주주 MBK파트너스는 "회생절차 내에서 변제받을 수 있게 하겠다"라고 했지만, "회생절차에 따른다"라면 전액을 변제받을 수 없습니다. 통상 10% 이하의 금액을 최대 10년 동안 상환받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 "갚겠다" 호언장담한 홈플러스, 1조 5,000억 원 필요하다는데, 어떻게 조달할까?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납품사 결제 대금 등 상거래채권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 판매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등 금융채권까지 전액 변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날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소상공인 결제 대금 문제를 해소하고자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금융채권 관련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긴급 진화에 나선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홈플러스 정상화' 없이는 이 같은 조치도 당장의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홈플러스는 지난 17일 "증권사가 발행한 유동화증권 투자자들은 당사에 대한 직접적 채권자는 아니지만 그 변제에 대한 최종 책임은 당사에 있다"라며 "해당 채권이 전액 변제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증권사들과 함께 회생절차에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상거래 채권과 달리 금융채권은 법정관리 중에는 지급이 유예되지만, 정치권까지 'MBK 책임론'을 지적하자 자세를 낮춘 것입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인 지난 3일 기업어음(CP)·ABSTB·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 잔액은 5,949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중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된 규모가 2,075억 원(676건)이고, 일반법인(기술·전자·해운업종 중소기업 등)이 3,327억 원(192건)이다. 무엇보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을 인지하고도 금융채권을 판매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여전합니다.
◆ 증권사의 불완전판매도 조사 중
개인투자자에게 홈플러스 채권을 판매하면서, 판매 창구인 금융회사에서 충분히 위험성을 안내하지 않았다는 제보도 나왔습니다.
"홈플러스가 망해도 현대카드가 100% 지급 보증하는 안전한 상품", "거대 사모펀드인 MBK가 지분 100% 보유 중이라 안전성도 충분하다"라면서 권유했다는 내용입니다.
증권사는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을 몰랐다며 홈플러스에 대한 고발을 검토 중이고,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불완전판매 의혹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 내 돈 어떻게 되나? 홈플러스 불완전판매 일파만파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홈플러스 채권 불완전판매 의혹도 커지고 있습니다. 알고서 팔았냐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홈플러스와 MBK, 그리고 신영증권 사이의 갈등이 심화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지난달 27일 A3에서 A3-로 하락했습니다. 이후 5일 만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이 이뤄졌습니다. 영업일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 만입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용등급 하향 이후 기업회생을 신청한 기업은 7곳입니다. 웅진이 약 2개월로 신청까지 기간이 가장 짧았고, 길게는 3년이 넘게 소요된 기업도 있었습니다.
앞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회생 신청을 사전에 준비한 바 없다"라며, "신용등급 강등이 확정된 뒤 연휴 기간 동안 검토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신청까지의 기간이 이전 사례들과 비교해 너무 짧았다 보니 회생을 준비하면서 채권을 발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홈플러스가 지난달 발행한 유동화 단기채권은 1,518억 원으로 최근 2년 사이 가장 많았습니다. 1월에도 1,300억 원을 넘게 발행하며, 1~2월 발행액은 전년 동월 대비 30% 넘게 늘었습니다. 홈플러스 전단 채 발행 단독 주관사인 신영증권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홍콩 ELS부터 홈플러스 단기채까지,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가 매번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도 1조 원 넘는 피해를 낳았던 동양증권 사태를 떠올리게 합니다.
사모펀드의 부실 경영부터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까지,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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