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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안 없어지니까 전세를 없애자?

 

 

최근 한 유튜버가 전세 사기를 당한 집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전세 사기 폭탄 돌리기'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다시 전세 사기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 프로그램에서 전세 사기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거 해결하려면 전세 제도 없애야 해야!"라고 하며 '전세 폐지론'을 들고 나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 전세 제도란?

 

전세제도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맡기고 계약 기간 동안 지내는 제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맡기고 계약 기간 동안 지내는 제도인데, 보통 전세 보증금은 집값의 50~80%로, 2년 계약이 기본 공식입니다.

 

세입자는 직접 사기엔 비싼 집에서 비교적 적은 돈으로 거주할 수 있고, 무엇보다 달마다 월세로 나가는 돈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전셋집에 살며 내 집 마련에 필요한 돈을 모으는 게 우리나라의 '주거 사다리'로 여겨집니다. 즉, 월세 → 전세 → 내 집 마련 순으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집주인은 집을 빌려주는 대가로 이자 없이 대출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전세 보증금이라는 목돈을 사업 등에 투자하거나, 또 다른 집을 장만하는 자금으로 쓸 수 있으니까요.

 

※ 은행권 전세자금대출 잔액

 

 

◆ 전세제도의 생성 기원과 발전

 

조선시대 집을 빌리는 '가사전당'

전세제도의 기원은 보통 고려시대 '전당'이라는 제도로 보고 있습니다. 논밭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그 논밭에서 수확한 농작물을 이자로 받던 것인데, 조선시대 후기 들어 도시에 사람이 몰리자 오늘날처럼 집을 빌리는 '가사 전당'이 생겼습니다.

 

1910년 조선 통감부의 문서에도 전세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세제도가 현대에서 일반적인 거주 방식으로 자리 잡은 건 1970년대 들어서입니다. 광복 후 해외동포가 돌아오고, 한국전쟁으로 건물 등도 무너지며 집이 부족해지게 되었습니다.

 

산업도시화로 새로운 주택유형의 등장

산업화·도시화를 거치며 서울로 사람들이 몰려들며 주거난이 더 심해졌으며, 이런 상황에서 전세가 국민, 집주인, 건설사, 정부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킨 것으로 해석됩니다.

 

* 국민 : 집 살 돈은 없는데 집값의 절반 정도만 내면 빌려 살 수 있다니 전세로 가자!

* 집주인 : 전세 보증금으로 목돈을 마련할 수 있으니, 집 전세로 내놓고 다른 집에도 투자해야지!

* 건설사 : 전세 보증금으로 투자금 만든 사람들 덕에 집이 잘 나가니 많이 짓고 많이 팔자!

* 정부 : 전세로 주거난도 해결할 수 있고, 건설 경기 키우면 경제 성장에도 좋고 일석이조(一石二鳥)이니 전세 팍팍 밀어주자!

이러한 추세에다 여기에 1981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생기면서, 전세제도가 지금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 전세제도와 전세 사기와의 관련성

 

빌라왕 그들의 사기 수법과 전세제도의 함정

전세제도 등 기존 부동산 정책이 지닌 문제가 역전세·깡통전세 등 부실한 전세 계약을 낳게 되고 이 때문에 전세 관련 사고가 자주 일어나게 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문제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건 전세 대출제도입니다. 낮은 금리로 전세가의 최대 90%까지 대출을 해주다 보니, 전세가가 크게 올라 역전세·깡통전세를 불렀다는 것입니다.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도 등 임대차 3법도, 전세 매물을 줄이고 전세가를 올려 전세 사기가 생기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전세제도에 대한 의견

 

 

◆ 역전세·깡통전세가 전세 사기로 이어지는 이유

 

▶ 역전세

집의 전세가(=전세 보증금)가 매매가(=사고팔 때의 집값) 보다 높아진 경우를 말합니다. 집주인은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 전세 사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깡통전세

전세가가 매매가에 바싹 다가간 경우인데, 전세가와 매매가가 별 차이 없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빌라 전세 사기 사건도 일당들이 갭 투기로 깡통주택을 왕창 사들였다가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벌어진 일로 발생되었습니다.

 

역전세 및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추이(2022~2023.4)

역전세·깡통주택으로 인한 전세 사기가 늘어난 데에는 금리가 오른 것도 한몫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땐 금리가 낮았는데, 지난해부터 금리가 다시 올랐습니다.

 

그러자 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고, 대출 안 끼고 집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니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었으며, 이에 매매가가 떨어지면서 역전세·깡통전세가 더 흔해졌기 때문입니다.

 

 

◆ 전세 제도 폐지론이 나온 배경

 

전세 폐지론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작년에도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전세 제도는 이제 수명을 다했어"라고 지적했습니다.

 

※  전세보증사고 추이(2016~2023.4)

 

 

▶ 전세 제도 폐지론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

① 끊이지 않는 전세 사기

정부가 전세 사기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오히려 피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전세 보증 사고액은 1조 4,354억 원(6,593건)으로, 작년 1분기보다 80%나 늘었습니다.

 

② 전세 제도에 대한 회의론

 

전세 제도 회의론 대두로 전세제도 개혁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개최하는 모습

최근 전국 곳곳에서 전세 사기, 깡통전세, 역전세난이 벌어지자 "전세 제도 믿을 만한 제도 맞아?"라고 하면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전세 대신 월세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③ 전세가 집값 올리는 원인

전세는 투자 수단으로도 자주 쓰이는데, 예를 들어 △전세 보증금이 집값의 80% 일 때, → △매매 계약을 하자마자 전세를 주고 보증금을 받으면, → △집값의 20%만큼의 돈만 있어도 집을 살 수 있기 때문(=갭투자)입니다.

 

이렇게 집을 사서 집값이 올랐을 때 팔면 적은 돈으로도 큰 수익을 볼 수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에 투자 목적으로 무리하게 집을 사는 사람이 늘면서 결국 집값이 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 전세제도를 없앨 수는 있는가?

 

전세제도를 없앨 수는 있는가?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전세 제도를 없애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세제도를 폐지할 수 없다는 이유로는 아래와 같습니다.

 

▶ 전세제도가 "나쁜 점만 있는 게 아니다"라는 관점

① 전세 제도의 순기능

 

전세는 오랫동안 '월세 → 전세 →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비싼 집에 저렴한 가격으로 거주할 수 있어 전세는 오랫동안 '월세 → 전세 →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전세를 없애면 기존 전세 매물은 월세로 바뀔 텐데, 그러면 서민들의 주거비가 확 늘어날 가능성이 커질 거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② 전세제도 폐지에 따른 후폭풍

 

우리나라의 전체 세입자 중 42%는 전세로 거주로 인해,전세 시장 규모가 정부 손으로 없애기에는 너무 크다는 지적

전세 시장 규모가 정부 손으로 없애기에는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세입자 중 42%는 전세로 살고 있고, 전세 보증금 규모도 약 1,000조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세 제도를 없애면 집주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고,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사까지 휘청이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 전세제도의 대안인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

 

전세제도의 대안인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

국토교통부가 계획 중인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이 대표적인 대책으로 꼽히고 있는데, 기업형 임대 사업자가 나서서 20년 이상 장기간 집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시중 월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부담을 줄이면서, 전세보다는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집을 만들어 전세 수요를 낮춰보려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도 사람들이 선호하는 도심에선 공급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도 사람들이 선호하는 도심에선 공급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땅값이 비싼 도심은 월세도 비쌀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월세 많이 받지 마"라고 하면 수익이 떨어지니 사업에 나설 곳이 없을 거고, 반대로 높은 월세를 받으면 장기 임대주택의 의미가 사라질 거라는 것입니다.

 

참고 자료 : 뉴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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