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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상품 수요 증가, 소량 판매로 구출한 '어글리어스'

 

‘못난이 농산물’ 소비 늘었다.

최근까지도 외식 물가, 신선식품 물가는 고공행진 중에 있습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평균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2021년 이후 누적된 물가 상승 폭도 상당한 데다, 높은 물가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의식주 중 '식' 부문에서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커졌습니다.

 

모양이나 크기는 표준 규격에서 벗어나지만, 맛과 영양에 이상이 없는 못난이 상품(푸드 리퍼브)이 대표적입니다.

 

◆ 3년 넘게 평균 웃도는 외식 물가

 

43개월째 평균 웃도는 외식물가 상승률에 점심 한끼 식사도 버거워

외식 물가 상승률이 43개월 연속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성비 점심'으로 꼽히는 구내식당과 도시락마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한 끼 식사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122.8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9% 상승했습니다.

 

2025년 1월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9% 상승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2.9%로, 1월 소비자물가 평균 상승률(2.2%)보다 0.7% 포인트 높습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 건 지난 2021년 6월 이후 43개월째입니다.

 

외식 물가가 다른 품목보다 더 크게 뛴 데다 상승 폭이 누적되는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식비라도 아껴야해요" 떨이상품 사러 '마감런'하는 청년들

품목별로 보면 39개 품목 중 19개의 물가 상승률이 평균을 웃돌았습니다. 도시락이 8.4%로 가장 높았고 햄버거(7.7%), 떡볶이(5.4%), 칼국수(5.2%), 생선회(5.0%), 치킨(4.9%), 김밥(4.7%), 짬뽕(4.4%), 김치찌개백반·자장면(4.2%) 등이 줄줄이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외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가성비 한 끼'로 떠오른 도시락과 구내식당 식사비(3.8%)도 물가 상승을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구내식당 물가는 전년보다 6.9% 올라 2001년 관련 통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외식물가 2년 넘게 나 홀로 상승

하락 품목에는 커피(-0.1%), 맥주(-0.5%), 소주(-1.6%), 피자(-2.8%) 등 4개 품목이 이름을 올렸으나 하락 폭은 0~2%대에 그쳤습니다.

 

가격으로 보면 물가 수준에 대한 체감도는 더 높아집니다. 한국소비자원 참 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의 냉면값은 평균 1만 2,000원으로 2년 전보다 13.5% 오른 걸로 나타났습니다.

 

◆ "불황인데 뭐 어때요? 50% 저렴해 만족합니다"

 

불황에 중고나 떨이, 유통기한 임박상품 찾는 사람들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김 모(39)씨는 최근 외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식비 절약을 위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떨이 상품'을 자주 구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말마다 대형마트나 동네 슈퍼마켓의 할인 코너를 둘러보는 것이 습관이 된 김 씨는 "예전에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꺼렸지만, 요즘은 가성비가 좋아 오히려 먼저 찾게 된다"라며 "필요한 만큼만 사서 빨리 소비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못난이 상품 찾고 중고거래 애용, 고물가에 너도나도 '짠물소비'

김 씨는 떨이 상품 외에도 약간의 흠집이 있거나 포장 상태가 불량한 '못난이 상품'과 리퍼브 제품에도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미세한 흠집이 있는 리퍼브 전자레인지를 정가보다 30~50% 저렴하게 구매했습니다. 그는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보니 실속 있게 쇼핑할 수 있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작은 흠집쯤이야” 불황 여파에 리퍼브 제품 인기

못난이 상품을 찾는 현상이 꼭 불경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기후 위기에 경각심을 느끼고, 환경을 위한 '지속 가능한 소비'를 추구하면서 못난이 상품에 지갑을 여는 중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중 30%가량은 못난이 상품입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연간 5조 원(2018년 기준)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폐기물이 썩는 과정에서 토양오염, 수질오염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 버려지던 못난이 채소, 소량 판매로 구출한 '어글리어스'

 

최현주 캐비지 대표. 경남 하동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최 대표는 맛과 영양은 일반 농산물과 같지만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수확되지 못하는 못난이 농산물을 보며 문제의식을 느꼈다. 그는 못난이 농산물을 다품종, 소량으로 정기배송 하는 '어글리어스'를 운영해 2년여 만에 누적매출 100억원을 기록

못생겼다는 이유로 매년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농산물은 13억 톤(t)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국가 단위 배출량에 맞먹습니다.

 

 

 

못난이는 시장에 팔리더라도 떨이로 처분되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어글리어스는 여기에 '다품종', '소량', '정기배송'을 붙였습니다.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출시 2년여 만에 누적 매출 100억 원을 넘겼다고 합니다.

 

못난이 농산물, ‘지구를 살린다’

못난이 농산물은 모양이나 크기가 표준 규격에서 벗어난 농산물을 말합니다. 못난이 농산물은 맛과 영양엔 이상이 없지만 겉모습 때문에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버려지곤 합니다.

 

최현주 캐비지 대표는 못난이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닿기 위해선 고품질 제품을 소량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021년 설립된 캐비지는 전국 450여 개 농가에서 126종의 친환경 못난이 농산물을 직접 공급받아 소포장한 후 정기배송 하는 서비스 '어글리어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글리어스 마켓, 못난이 농산물 정기배송 서비스

어글리어스 마켓, 못난이 농산물 정기배송 서비스

 

배송받을 상자 크기(스탠더드, 점보)와 배송 주기(1~3주)를 선택한 뒤, 배송받고 싶지 않은 채소가 무엇인지 등록해 두면 이에 맞게 품목을 구성해 정기배송 한다고 합니다.

 

배송받는 주 초에 메신저로 품목 알림이 오는데, 필요에 따라 품목을 바꾸거나 수량을 더하고 뺄 수 있습니다. 배송받은 농산물의 원산지, 팔리지 못하게 된 사연, 보관법, 보관기간, 레시피(음식 만드는 방법) 등이 적힌 안내 종이도 함께 제공합니다.

 

Q1. 국내 못난이 농산물 시장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나?

 

생산자와 소비자 간 연결이 잘 안되는 국내 못난이 농산물 시장의 어려움 해결이 시급

A1. "생산자와 소비자 간 연결이 잘 안 됐다. 전체 생산량의 30%가량이 못난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국내 기준) 연간 5조 원이다. 특히 친환경 농산물은 약을 치지 않아 못난이가 더 많이 나온다.

 

생산자는 빨리 처분하려는 마음이 커 한 품목을 10㎏씩 대량으로 판다. 어차피 싸게 파는 것이니 품질을 선별하지 않고 파는 경우도 많다.

 

생산자는 빨리 처분하려는 마음이 커 한 품목을 10㎏씩 대량으로 파는 경우, 소비자 개인이 사기엔 양이 너무 많아

소비자는 싼값에 농산물을 사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못난이 농산물 구매를 시도하지만, 개인이 사기엔 양이 너무 많다.

 

여기다 저품질 제품까지 골라내 버려야 하니 한두 번 사고 포기하게 된다. 못난이 농산물 시장은 '떨이 판매'와 개념이 혼동돼 있어 품질 관리가 우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Q2. 어글리어스의 판매 가격은 대형마트와 비교해 얼마나 저렴한가?

 

어글리어스가 판매하는 친환경 못난이 채소. 같은 품질의 일반 친환경 농산물 대비 30% 저렴하다.

A2. "어글리어스는 무농약, 유기농 등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산물을 주로 다룬다. 같은 품질의 마트 제품과 비교해 약 30% 저렴하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친환경이 아닌 일반 농산물과 비슷한 가격이다."

 

Q3. 물류는 어떻게 운영하나?

 

어글리어스 물류센터에서 소분한 상품을 포장하고 있는 모습

A3. "경기도 화성에 1,650㎡(약 500평) 규모의 물류센터가 있다. 매주 월요일~수요일에 전국 산지에서 입고된 농산물을 소분한다. 이후 주문 내역에 따라 포장하고 매주 목요일에 출고한다.

 

매주 6,000 상자가량이다.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플랫폼은 소분 포장된 것을 들여와 파는 경우가 많다. 농가는 생산에만 집중하기도 바빠, 소분 포장은 우리가 직접 한다. 향후 이 과정을 자동화해 나갈 계획이다."

 

Q4. 빠르게 성장한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

 

어글리어스가 판매하는 친환경 못난이 농산물. 어글리어스는 친환경 못난이 농산물을 상시 구매할 수 있는 '싱싱마켓'도 운영하고 있다.

A4. "입소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어글리어스는 마케팅 예산이 전체 예산의 3%에 못 미친다. 이용자 유입 경로를 보면 광고비를 집행한 채널로 유입된 비율은 10%도 채 안 된다.

 

나머지는 전부 소셜미디어(SNS)에 자발적으로 생성된 후기 등을 보고 유입된 이용자들이다. 어글리어스가 못난이 농산물 시장에 대해 가졌던 문제의식에 공감해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감사한 마음에 매년 간담회를 열고 이용자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있다."

 

◆ 마무리

 

외식 물가, 신선식품 물가는 올해 내내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

외식 물가, 신선식품 물가는 올해 내내 높은 수준을 보일 겁니다. 특히 외식 물가는 지금보다 더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길 기대하긴 어렵다고 보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 정책이 속속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불안정한 국내 정세로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수입 식재료 가격은 더 오를 것이고, 기후 위기로 인한 작황 부진이 이어지면 신선식품 가격도 널뛰기를 이어갈 테니까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 정책이 속속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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