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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재정 왜 항상 부족하다고 할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돈이 필요하며, 집안에 누군가 아파 돌봄을 받아야 할 시에도 돈이 필요합니다. 이러할 진데, 정부입장에서의 돌봄의 영역도 결국 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겁니다.
돌봄 인력을 고용해도 돈이 들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력을 고용하려면 많은 돈이 들며, 간병인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를 줄이는 데에도, 돌봄 시설에서 재활 치료를 병행하는 데에도 돈이 드니까요.
돌봄 영역의 재정 부족에 기인하여, 지금까지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복합적인 돌봄의 질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는,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뜻이기도 합니다.
분명히 나는 지금까지 세금도 꼬박꼬박 잘 내고, 건강보험료도 적진 않게 내는 것 같은데. 나라에서 이런 중요한 문제에 쓸 돈이 충분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이는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 돌봄 재정 부족한 첫 번째 이유 : 역피라미드 인구구조, 높아지는 부양비
저출생·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사실은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그런 현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비교적 구체적으로 소개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와 연관된 노년부양비(Elderly Dependency Ratio)*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즉, '일하는 청·장년' 1명이 '은퇴한 노인' 몇 명을 부양해야 하는지 비율로 나타낸 값입니다.
* 노년부양비 : 노인인구를 생산가능인구로 나눈 값
- 젊은이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경우 : 노인 1명 ÷ 젊은이 5명 = 1/5 = 노년부양비 0.20
- 젊은이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경우 : 노인 1명 ÷ 젊은이 4명 = 1/4 = 노년부양비 0.25
- 젊은이 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경우 : 노인 1명 ÷ 젊은이 3명 = 1/3 = 노년부양비 0.33
- 젊은이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경우 : 노인 1명 ÷ 젊은이 2명 = 1/2 = 노년부양비 0.50
현재 유럽 등의 주요 선진국들은 노년부양비가 0.25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돈을 버는 청·장년 4명이 노인 1명을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우리나라도 2023년 기준으로 이 수치가 0.26이니,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15년 정도만 지나도 이 수치가 급격하게 나빠진다는 것입니다.
작년인 2023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15살이 되어 '생산가능인구'에 포함되는 해가 바로 2038년입니다. 이때가 되면, 노년부양비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난 0.55 정도로 치솟습니다.
지금은 젊은이 4명이 노인 1명을 부담하고 있지만, 15년만 지나면 젊은이 2명이 노인 1명을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현재의 돌봄 재정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노인 1명에게 쓸 수 있는 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이런 예측 때문에 현재는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 걸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 돌봄 재정 부족한 두 번째 이유 : 한국의 노후 대비와 세금의 구조적 특징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일부 서유럽 국가들과 미국은 은퇴 후 연금으로 생활한다는 전통이 강하게 자리 잡은 편입니다. 애초에 연금이라는 제도가 출발한 곳이 유럽 지역이기 때문인 것도 있고요.
두 지역 모두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본격적인 연금제도가 자리를 잡아, 1970년대 이후로는 거의 전 국민을 포괄하는 연금제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일부 서유럽 국가들과 미국에선 연금제도가 자리 잡은 지, 최소 100년이 넘은 셈입니다. 그러니 직장인들도 은퇴 이후의 생활비를 연금의 형태로 저축해 두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 제도에 맞춰 '소득'에 과세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소득은 비교적 과세가 용이하고,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큰 데다 경제활동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증세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소득세가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반면, 우리나라는 연금제도의 역사가 짧은 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은퇴한 어르신들의 상황을 떠올려 보면, 은퇴 후 연금으로 생활한다는 것보단 '노후 자금'으로 생활한다는 것에 더 익숙합니다.
노후 자금은 보통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구매하거나, 매달 월세를 받기 위한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하는 형태로 사용됩니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은퇴 후 매달 생기는 일정 금액의 '소득'이 아닌, 목돈을 모아 구매한 '자산'을 통해 노후 생활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문제점은 우리나라 의료를 지탱하는 건강보험은 물론이고, 노인 돌봄에 대한 재원으로 쓰이는 장기 요양보험 역시 실질적으로'소득'에만 부과*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 노인 돌봄에 대한 재원이 실질적으로 '소득'에만 부과
- 현재 의료 보험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는, '소득+재산'에 따라서 보험료를 일정 부분 부과
많은 사람이 노후 대비를 자산 형태로 했는데,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걷는 건 소득에 대해서만 진행되니 재원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꾸준한 현금 흐름 없이, 은퇴 후 집 한 채가 거의 전 재산인 분들의 삶이 쉽게 궁핍해지기도 하고요.
지금 사는 내 집을 나라에 담보로 맡기고, 매달 생활비를 대출받다가, 사후에는 주택을 매각하는 방식의 제도를 주택연금이라고 하는데요. 반드시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내 노후를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방식이 바뀔 필요는 있습니다.
◆ 돌봄 재정 부족한 세 번째 이유 : 복지재정을 둘러싼 딜레마
인구구조 문제와 재정 문제만으로도 이미 상황이 어려운데,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습니다. 바로 복지재정을 둘러싼 딜레마입니다.
최근 일본에선 어린이 놀이터들이 노인들을 위한 생활 운동시설로 바뀌고 있습니다. 어린이가 줄고, 노인이 늘어나니 벌어지는 당연한 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찬반 대립이 존재합니다.
'한정된 공공부지'에 어떤 시설을 들여놓을 것인가를 두고 어느 쪽을 택해도 정답이 아닌,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공공부지가 한정되어 있듯, 우리 사회의 복지재정도 규모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확인한 두 가지 이유로 인해 노인에 대한 복지 지출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놀이터나 생활 운동시설이냐 하는 문제처럼, 재정을 놓고도 의료와 돌봄 사이에서도 누가 더 많이 가져갈 것인지 갑론을박이 발생합니다.
조금 더 시선을 넓히면 노인에 대한 복지 지출은 교육이나 보육, 장애인 같은 소수자 복지와도 재정을 둘러싼 슬픈 쟁탈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복지재정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 재정을 미혼모에 대한 양육비 지원에 더 많이 써야 할까요, 아니면 장애인 활동 지원사에게 우선해서 써야 할까요, 아니면 돌봄이 필요한 노인의 재활 운동에 먼저 써야 할까요?
결국 부족한 돌봄 재정비용 충당을 위해선 세금과 보험료 개편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아지며, 다음 편에 왜 세금과 보험료 개편의 필요한지에 대해 소개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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