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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로 성장의 빙하기'에 접어들 것 걱정
한국은 앞으로 장기 경제성장률 0%대에 진입하며, '제로 성장의 빙하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창조형 인적 자본이 아닌, 모방형 인적 자본만을 축적하고, 한국 경제에 맞지 않는 경기 부양책을 써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창조형 인적 자본 축적을 위한 국가의 노력과 개인의 노력 모두 필요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 상황 안 좋다는 얘기 요즘 많이 들리지 않았나요?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였지만, 1분기부터 4분기까지의 경제성장률을 보면 1.3% → -0.2% → 0.1% → 0.1%로, 3분기 연속 0%대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러다 일본처럼 '제로 성장'되는 거 아냐?" 하는 말도 나오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안 좋아질 거라는 얘기는 예전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위와 같은 상황을 알기 위해서 한국 경제성장률 상황의 모든 것, 서울대 경제학부 김세직 교수님에게 물어봤습니다.
◆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가 될 거라고?
Q1.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어느 정도를 기록할까요?
A1. 경제는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 경제성장률*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장기 경제성장률**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장기 경제성장률이 대한민국의 진짜 경제성장률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장기 경제성장률이 굉장히 강력한 추세에 따라 움직여 왔습니다.
* '단기 경제성장률'이란? : 일정 기간(분기 또는 연간) 동안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율을 의미하며, 경제의 단기적인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 '장기 경제성장률'이란? : 성장률 추이를 10년 이동평균으로 계산한 지표로, 한 국가가 장기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평균적인 성장률을 의미합니다.
총수요 변화나, 정책 효과에 따라 결정되는 단기 경제성장률과는 달리 노동, 자본 축적, 기술 진보 등을 주요 지표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의 장기 경제성장률은 0.9%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2029년엔 0.1%로 떨어지고, 즉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은 장기 경제성장률 0%대에 진입할 거라는 겁니다.
이러한 장기 경제성장률 0%대의 시대를 '제로 성장의 빙하기'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빙하기라고 얘기하는 만큼 우리나라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Q2. 한국의 장기 경제성장률이 계속 낮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2.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선 경제 성장의 원동력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 교수가 1980년대에 내놓은 '내생적 성장 이론'에 따르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인적 자본'이라고 합니다.
인적 자본은 교육 등을 통해서 우리가 머릿속에 집어넣은 지식·기술을 의미합니다. 어떤 나라가 경제 성장을 빠르게 이뤄내고 있다면 그 이유를 그 나라의 인적 자본, 즉 노동자와 기업가들이 갖고 있는 지식·기술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인적 자본의 두 가지 종류
인적 자본 모두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되지만, 국가에 따라 그리고 그 국가가 맞이한 상황에 따라 역할이 다릅니다.
모방형 인적 자본은 기술 진보가 더딘 국가에 빠른 경제 성장을 가져다주지만, 기술 격차가 좁혀질수록 창조형 인적 자본의 축적이 경제 성장에 더 중요해집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추락의 원인도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입식 교육을 통해 모방적 인적 자본을 굉장히 빠르게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90년대부턴 모방형 인적 자본에 의한 성장이 이뤄질 수 없었습니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 모방으로 좁힌 기술 격차, 창조는 누가 해?
60~80년대엔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기술 격차가 30~40년 정도였습니다. 선진국 기술들의 특허 기간이 20년이라 이미 특허가 지난 기술을 모방해 산업을 키워도 별문제가 없었습니다.
90년대부터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20년 정도로 좁혀지자, 선진국의 기술을 더 이상 베껴 쓰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만 하는데, 모방형 인적 자본엔 그러한 능력이 없었습니다.
Q. 만약 장기 경제성장률이 0%가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나요?
A. 장기 경제성장률이 0%라는 말은 나라 전체의 기업 중 절반은 이윤이 매년 감소한다는 얘기입니다. 이윤이 이렇게 줄어드는 건 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기업은 구조조정을 하거나 기업 문을 닫으며 우리 주변에 실업자가 늘어날 것입니다.
또, 장기 경제성장률이 0이라는 것은 은행의 이자율도 장기적으론 0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기본적으로 이자율은 자본으로 상품을 만들어 수익을 얻으면, 그 수익에 대한 보상으로 자본에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제가 빨리 성장하면 이윤 증가율도 높아져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을 하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이자율이 낮아지게 됩니다.
◆ 장기 경제성장률의 저하, 우리나라만의 일일까?
Q1. 장기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게 전 세계적인 현상인가요?
A1. 우리나라보다 먼저 0%대 경제성장률에 진입한 나라들이 있습니다. 일본·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등입니다.
특히 일본은 90년대에 버블이 터지며 경제성장률이 0%대에 진입한 이후, 20~30년 동안 0%대 장기 경제성장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은 장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Q2. 그렇다면 장기 경제성장률이 떨어지지 않는 나라도 있나요?
A2. 바로 미국이에요. 보통의 나라는 장기 경제성장률이 높게 치솟고 나면 차츰 떨어집니다. 미국은 1800년대 초 영국 산업혁명의 물결이 미국으로 넘어간 이후부터, 150년이 넘게 장기 경제성장률의 추세가 꺾이지 않고 3%대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미국이 이렇게 계속해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창조형 인적 자본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경제 체제, 즉 '창조형 자본주의 체제'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미국이 아닌 대부분의 나라들은 모방형 인적 자본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체제를 유지했기 때문에,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방형 인적 자본을 통한 경제 성장은 한계가 있으니까, 이렇게 성장에 한계가 온 국가들은 성장을 위해 자본을 더 집어넣습니다.
이때 '한계 생산 체감의 법칙'*이라는 게 작동해서 자본의 수익률이 점점 낮아집니다. 이렇게 자본의 수익률이 낮아지면 자본 투자를 점점 줄일 수밖에 없고, 결국 경제성장률은 낮아지게 되는 겁니다.
* '한계 생산 체감의 법칙'이란? : 자본과 노동력 등을 추가로 투입할 때, 어느 시점부터는 한계 생산(투입 대비 생산량 증가분)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입니다.
인간의 노동력이나 기계 장비 등의 자본은 일정 수준 이상 활용하게 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비효율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 장기 경제성장률 0% 시대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Q1. 정부는 그동안 한국 경제가 저성장에 빠졌을 때 어떤 정책을 써왔나요?
A1. 정부의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선 떨어지는 경제성장률의 지표를 읽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먼저 떨어지는 경제 성장률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장기 경제성장률 자체가 하락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단기적인 충격에 따라 연간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입니다. 전자는 '경제 성장 추락', 후자는 '경기 변동'이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는 경기 변동에 의해 경제성장률이 오르내리는 걸 막기 위해서, '케인즈 경제학'을 만든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한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1920년대 세계 경제 불황의 이유를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의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야!"라고 생각해 수요를 늘리는 방법, 즉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려 수요를 증가시키는 정책을 제안한 것입니다. 이 방법을 통해 미국은 경제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미국의 경기 변동 문제에 적용됐을 땐 괜찮을지 몰라도 다른 나라에 대한 처방으론 옳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 문제의 이유는, 경기 변동에 따른 하락이 아닌 장기 성장률 추락에 따른 하락입니다. 즉, 총수요 부족이 원인이 아니라 창조형 인적 자본 부족 때문인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그동안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리거나, 저금리 정책 등 케인즈가 제시한 경기 부양책만 써왔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장기 성장률 하락을 막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Q2. 그렇다면 장기 경제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 국가는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요?
A2. 많은 분들에겐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정부가 해왔던 재정적 접근을 먼저 떠올리는 게 익숙할 곳입니다.
다소 멀리 돌아가는 얘기 같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교육 시스템 개편 등을 통해, 국민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국민들의 창의적 아이디어에 보상을 충분히 해줘야 합니다. 창의적 아이디어에 재산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해 주고, 이를 통해 경제적 부를 얻을 수 있도록 충분한 인센티브를 주는 게 중요합니다.
◆ 0%대 성장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
Q. 앞으로 성장 추락을 경험할 대한민국에 사는 청년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A. 0% 성장 시대가 오면 청년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 가장 걱정입니다. 워낙 상황이 암울하다 보니 주식·채권·코인에 투자하는 등 재테크에 관심이 높은데, 사실 이건 요샛말로 하자면 부캐와도 같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 주요 수입원이자 본캐인 일자리에 닥쳐올 위기에 대해서는, 그 심각성을 간과하거나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일자리 위기를 촉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AI일 겁니다. 최근 중국의 딥시크 쇼크를 보면 알 수 있듯 AI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의 조그만 기업에서도 만들어질 정도로 보편화됐습니다.
AI가 보편화될수록 주입식으로 넣은 지식은 의미가 없어집니다. 따라서, AI와 경쟁하지 않고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창의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AI를 이용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전 청년분들이 주식·채권·코인에 투자하듯 창의력에 투자하길 권합니다. 창의력이야말로 지금,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일자리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창의력이 얼마나 내 삶에 중요한지, 그리고 왜 중요한지 이해하는 게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할 겁니다. 주식·채권·코인도 중요하지만 이들은 투자할 때 자산이 필요한 반면, 창의력에 투자하는 건 돈도 들지 않습니다.
자료 제공 : 뉴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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