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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종 창작뮤지컬 '해피엔딩' 미국 공연계 최고권위상인 토니상 6관왕 수상
지난 8일(현지시간) 전 세계 작품들이 모인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믿기 힘든 깜짝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로 한국의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작품상·극본상·연출상·작사작곡상·남우주연상·무대디자인상 등 무려 6관왕을 달성한 것입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면, "K-뮤지컬의 역사를 새로 썼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한국에서 초연된 뮤지컬이 미국 브로드웨이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걸로도 모자라 토니상까지 받은 사례는 역사상 최초라고 합니다.
이날 박천휴 작가는 "꿈보다 큰 일을 이뤘다"라며 "이 작품은 모든 감성이 어우러진 '멜팅팟'(용광로)과도 같다"라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 뮤지컬까지 밀려온 'K컬처', 브로드웨이 러브콜 받고 미국 진출
'빅네임'의 선택도 작품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2016년 브로드웨이의 유명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가 이 작품을 선택하면서 브로드웨이 진출의 문이 열렸습니다.
그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비롯해 수많은 히트작을 제작한 거물급 프로듀서입니다. 여기에 2017년 토니상 연출상 수상자인 마이클 아든이 합류해 드림팀이 완성됐습니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장은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는 데 프로듀서와 제작진의 네임밸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제프리 리처즈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신뢰도를 상징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작품 규모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제작에 평균 2,500만 달러(약 340억 원)가 드는 브로드웨이 시장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적은 출연진(4명)과 간결한 무대 구성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레이철 서스먼은 "브로드웨이에서 이런 소규모·고효율 작품은 흔치 않다"라며 "제작비 부담이 큰 요즘 이 작품은 투자자와 관객 모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밝혔습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시작은 2016년 서울 대학로의 300석 규모 소극장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뒤 가슴이 웅장해지는 서사도, 눈부신 특수 효과도 없었지만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살아남아 장기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버려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를 통해 인간의 유한한 삶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스토리가 강점으로 꼽힙니다. 찰떡궁합으로 불리는 '윌휴 콤비(윌 애런슨 작곡가와 박 작가)'가 국경을 뛰어넘은 감성과 한국 고유의 정서를 적절하게 버무려 낸 점이 통했다고 합니다.
"K-뮤지컬의 해피엔딩이야!"라는 찬사를 받는 이 작품은 오는 10월 말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10주년 공연을 열 계획이라고 하는데, 우리 모두 잊지 말고 예매하러 달려가야겠죠?
◆ K-뮤지컬의 해피엔딩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은 여러모로 반전입니다. 잘 알려진 원작과 대규모 투자, 인기 배우들이 출연하는 다른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출발부터 달랐습니다.
극본을 쓴 박천휴 작가와 작곡가 윌 애런슨은 브로드웨이에서 생소한 인물이었고,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는 4명뿐이었습니다. 유명 스타나 화려한 특수효과에 기대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입소문을 탄 작품의 객석 점유율은 90%를 웃돌았고, 미국 연극·뮤지컬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까지 석권했습니다.
9년 전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출발한 창작 뮤지컬이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K뮤지컬'의 저력을 입증한 것입니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에 이어 K컬처의 저변도 넓어졌습니다.
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의 성공 비결로는 한국 고유의 정서와 국적을 초월한 보편적 감성의 조화가 꼽힙니다.
로봇의 사랑을 통해 인간의 외로움과 사랑, 이별이라는 보편적 감성에 섬세하게 접근한 것이 국적을 뛰어넘는 공감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처음부터 한국어와 영어 버전을 동시에 만들고, 한국 창작자와 프로듀서가 현지 제작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습니다.
'명성황후' '영웅' 등 한국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적은 있지만, 일회성 공연에 그쳤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은 장기 공연 중에 있습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연간 5,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라이선스 뮤지컬과 스타 마케팅에 의존한다는 한계는 여전합니다. 창작 뮤지컬의 해외 진출 역시 제한적입니다.
한국의 특수성을 보편적으로 녹여내는 작품 창작과 번역, 해외 배급망 확보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한국 최초의 창작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가 무대에 오른 지 내년이면 60주년이 됩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으로 한국 뮤지컬은 진정한 해피엔딩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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