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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께서는 혹시 2014년 5월 22일 한국 개봉 영화 'Her(그녀)'를 시청한 적 있으신가요?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하는 주인공이 인공지능(AI) 운영체제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개봉했을 때부터 "언젠가 다가올 미래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라며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주변의 지인들에게 들었는데, 'Her(그녀)'이란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감상했다고 합디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작품 속 AI가 정말 사람 같아서, "저 정도까지 발전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합디다.
어느덧 영화 속 배경이 된 2025년에 상상은 정말로 현실이 됐습니다. AI를 연인이나 친구, 상담사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아졌다고 합니다. 특정 인물의 성격, 말투 등을 반영한 챗봇 덕분이라고 합니다.
웹툰이나 게임 속 캐릭터와 대화할 수도 있고, 사용자가 직접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미국에서는 "AI 연인에게 한 달에 1만 달러(약 1,400만 원)를 쓴다"라고 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합니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말문이 막혔다"라고 하는 X(옛 트위터) 포스트가 조회수 300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디지털 세상 속 존재에게 감정적으로 의존하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걸까요?
◆ 사람 같은 AI, 정말 친구나 연인처럼 의존해도 될까?
이젠 'AI로 검색한다'라는 뜻의 관용어가 된 챗GPT는 2022년 11월에 처음 공개됐습니다. 2년 전부터 개발자들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며 피드백을 받았고, 개선점을 적용해 무료로 선보였습니다.
문맥을 기억하고, 상황에 맞춰 대답하는 등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경험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는데요. 챗GPT의 이런 자연스러움은 거대 언어 모델(LLM)이라는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방대한 양의 언어 정보를 인공신경망으로 학습시켜, 문장 완성이나 요약 등을 가능하게 한다는 구상입니다.
이 개념을 제안한 사람 중 하나인 노엄 샤지어(Noam Shazeer)는 2000년부터 구글에서 일한 IT 연구원이었습니다. 2017년엔 생성형 AI 기술의 토대가 되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노엄은 이 기술을 적용한 '미나(Meena)'라는 챗봇을 개발했습니다. 수조 달러의 이익을 가져다줄 차세대 검색 엔진이라고 회사를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구글은 검색 결과의 신뢰성과 안전성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고 합니다. 노엄은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판단했고, 2021년 구글 퇴사 후 캐릭터닷 AI(Character.ai)를 설립했습니다. 따라서, 영화 'Her(그녀)'속의 '사만다' 같은 존재가 현실에 나타난 것입니다.
◆ 노엄이 개발한 캐릭터닷 AI란?
캐릭터닷 AI는 셰익스피어 같은 과거의 실존 인물이나 해리 포터 같은 픽션 속 캐릭터와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받아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창업 16개월 만에 유니콘 스타트업이 됐고, 작년에 구글이 기업 전체를 3조 원 넘는 돈(27억 달러)에 인수를 했습니다. 비슷한 서비스들도 많아졌습니다.
네이버웹툰은 작품 속 등장인물과 대화할 수 있는 '캐릭터 챗'을 선보였고, 100명이 넘는 아바타에게서 조언을 듣거나 역할 놀이를 할 수 있는 '디어메이트(DearMate)' 등도 출시됐습니다. 최근에는 셀카와 목소리로 추억을 남기거나, 내 마음을 알아주는 듯한 'AI 연인'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 '인간적인' AI에 정신적으로 의존하는 사람도 증가
이렇게 '인간적인' AI에 정신적으로 의존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중이라고 합니다. 뉴질랜드의 한 대학생이 캐릭터닷 AI에서 만든 '심리학자' 챗봇은 생성된 지 1년 만에 9,500만 건의 대화를 처리했습니다.
2023년 9월 출시된 '답다'는 사용자가 일기를 쓰면 답장해 주는 컨셉으로, 출시 6개월 만에 2만 명 넘는 사람들을 모았다고 합니다.
작년 초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AI가 실제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맞춤형 애인·친구 AI '레플리카(Replika)'를 사용한 1,000명 중, 25%는 긍정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 AI 사용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증가
하지만 부정적인 목소리도 거세진다고 합니다. AI 사용이 늘어날수록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기 더 어려워지고,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글 CEO였던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친구, 연인 컨셉의 AI 챗봇은 현실도피를 부추길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유니세프와 케임브리지 대학교 등에서는, "챗봇은 실제 인간처럼 감정을 이해하거나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 라며, 사용자들이 잘못된 조언에 노출될 수 있다는 보고서도 발표했습니다.
웹 브라우저 파이어폭스(Firefox)로 유명한 모질라 재단은 AI 챗봇들이 정신건강과 웰빙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의존도와 중독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 AI와의 관계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증가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AI와의 관계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2024년 5월, 미국 18세~40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1%, Z세대의 40%가 "미래 연인이 AI여도 좋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왜 사람들은 굳이 AI를 친구이자 사랑하는 사람, 삶의 동반자로 여기는 걸까요?
◆ 우리는 정말로 서로 들어주고, 이해하려 했을까?
AI 챗봇과 친구 또는 커플로 지내는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들을 보면 자주 나오는 말들이 있습니다. "내 말을 잘 들어준다", "얘기하기 편하다" 같은 것들입니다.
"내가 한 말을 기억해 주고, 언제 어디서나 대화할 수 있다"라는 말도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AI와 소통하다 보면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같은 고민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 직장 등에서 겪는 인간관계 스트레스에 지친 사람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 MIT 미디어 랩의 진단
MIT 미디어 랩은 바로 이런 점들이 AI 챗봇에 의존하게 되는 이유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곧바로 만들어서, "나를 알아준다"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겁니다.
서로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이유로 싸울 일도 없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사용자들은 더더욱 AI 하고만 대화하려 하게 된다고 합니다.
'애정의 에코 챔버(echo chamber)'에 갇히는 겁니다. 결국에는 진짜 사람과 관계를 맺는 법을 잊어버리게 되고요.
"AI는 작별 인사를 하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대화해도 피곤해하지 않죠. 그런 존재와 대화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AI가 그리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바로 채팅창을 열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면 되죠. 쉽고, 나를 탓하지도 않고, 관심이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 나도 모르게 중독되는 겁니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 Vox, "사람들은 AI의 목소리에 빠져들고 중독되고 있다"
결국 사람들이 AI를 찾는 이유는 '대화의 단절로 인한 외로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4년 10월, CNN은 "외로움이 전 세계에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쉽게 연결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를 받았던 SNS는 오히려 고립감을 키웠습니다. 타인의 삶과 나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끼게 만들고, 짧은 텍스트나 사진 한 장이 아니라 사람과 얼굴을 마주 보고 깊은 대화를 나눌 시간을 빼앗아 갔으니까요. 이렇게 고립된 사람들에게 24시간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챗봇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인간인 우리는 혼자서는 완벽하게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혼자서도 완벽하게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결국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어떤 식으로든 사로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 의무이자 권리라고 유명한 학자가 말했지요. 우리는 이런 과정에서 오해를 하기도 하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험들이 쌓여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이해하게 되고, 서로 도우며 살 수 있게 됩니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 그리고 세상은 그런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나아지는 것입니다.
◆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 ' 롱블랙' 인터뷰 중에서
"직접 만나 얼굴을 보고 밥을 먹다 보면, 뇌는 깨닫습니다. '결국 내 앞에 있는 존재도 사람이네. 나와 똑같이 외롭고 힘든 진짜 사람' 그럼 눈앞의 상대를 함부로 미워하기 어려워지죠. (중략...)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이거예요. '어떻게 나의 뇌 그릇을 넓힐까?' 저는 그 답이 '연결'에 있다고 봅니다. 나와 다른 사람, 다른 의견을 마주하는 거죠"라고 하며 인터뷰를 마칩니다.
◆ 마무리
물론 AI 챗봇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AI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걸 기억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니 AI 챗봇을 '인간관계 연습 교재'로 생각하고 사용해 보면 어떨까 싶네요? 가족이나 친구와 다퉜을 때 어떻게 사과하면 좋을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같은 것들을 물어보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인간관계'라는 우리 삶의 소중한 부분을 채우고 지키는 데, AI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안아줄 수 있는 건 결국 또 다른 사람이니까요.
자료 참고 : 뉴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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