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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위기' 때로 돌아간 고용시장
구직자 대비 일자리 수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부족한 상황이라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가 0.28에 그쳤다고 합니다.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0.4 선을 유지하다가 1999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취업자 수를 가늠할 때 살펴보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 폭도 2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경기가 나빠진 영향도 있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구조적 이유로 "고용시장 앞으로 계속 나빠질 수 있어"라는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 구직자 100명에 일자리 28개뿐, IMF 때로 돌아간 고용시장
제조업과 건설업 경기 악화 속에서 고용시장에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에 버금갈 정도의 매서운 한파가 닥쳤습니다.
지난 1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고용부의 일자리 지원망인 '워크넷'을 통한 신규 구인 인원은 13만 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만 1,000명(42.7%) 급락했습니다.
신규 구인 인원 급감으로 1월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는 0.28로 곤두박질쳤습니다. 0.28은 1월 기준으로 1999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0.28은 100명의 구직자에게 주어진 일자리가 28개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구인 배수는 지난해 하반기만 하더라도 월평균 0.4 선을 유지해 왔습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0.29) 당시에도 올 1월보다는 높았습니다.
이에 따라 고용시장이 구조적인 침체기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월에도 1,517만 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만 5,000명(0.8%)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 역시 2004년 1월 7만 3,000명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의 증가 폭입니다.
천경기 고용부 미래 고용 분석 과장은 "제조업·건설업 경기 둔화가 기업의 인력 수요에 영향을 끼쳤다"라며, "최근 경기 심리 지표 등을 고려하면 기업도 채용을 유보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올 1월 고용노동부 일자리 안전망인 '워크넷'의 구인 배수가 0.28로 곤두박질친 상황은 올해 고용시장이 매서운 찬바람을 맞을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기업들의 고용 심리가 크게 움츠러든 상황에서, 올해 고용시장은 반전을 꾀할 긍정적인 요인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앞서 노동연구원은 계엄 선포 직후 취업자 증가 폭 10만 명 선이 깨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 1월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 21년 만에 최저, 11만 5,000명 증가
건설업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고용보험 상시가입자 수 증가 폭이 2004년 1월 이후 2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 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17만 4,000명으로, 전년도 같은 달보다 11만 5,000명(0.8%) 증가했습니다.
전년 대비 증가 폭은 둔화 추세로, 2003년 '카드대란'의 영향을 받은 2004년 1월 7만 3,000명 이후 21년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작습니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2023년 1월 31만 7,000명, 2024년 1월 34만 1,000명이 증가한 바 있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증가했지만, 건설업은 감소했습니다.
제조업 가입자 수는 383만 8,000명으로 기타 운송장비, 식료품,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으나 섬유, 금속가공 등은 감소했습니다.
다만 고용허가제 외국인 당연가입 증가분을 빼면 제조업 분야에서 1만 7,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제조업 내국인 가입자 감소세는 16개월째 이어졌습니다.
서비스업의 경우 가입자 수가 1천43만 8,000명으로 보건복지, 전문 과학, 교육, 숙박 음식, 운수 창고 위주로 증가했으나 도소매, 정보통신은 감소를 지속했습니다.
건설업 가입자 수는 75만 4,000명으로, 종합건설업 중심으로 18개월 연속 줄었습니다. 성별로 보면 남성 가입자는 841만 6,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9,000명 늘었습니다. 여성은 675만 8,000명으로 10만 7,000명 늘었습니다.
30대·50대·60세 이상은 각 5만 9,000명, 6만 8,000명, 14만 6,000명이 증가한 반면, 29세 이하와 40대는 인구 감소 등 영향으로 10만 7,000명, 5만 1,000명씩 감소했습니다.
특히 고용 취약계층이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건설 경기가 나빠지면서 일용직 노동자 일자리가 많이 줄었습니다. 청년 고용률은 8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그냥 쉬는' 청년이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 '그냥 쉬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이유
취업을 포기한 20~30대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는 그동안 뉴스에 자주 나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냥 쉰' 청년들의 수가 역대 가장 많았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와 곧바로 연결된 문제인 만큼, 절대 가볍게 볼 상황이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 '그냥 쉰다'는 말의 의미
통계청은 매월 발표하는 경제 활동 인구조사에서 "일할 능력은 있지만, 출산·육아·구직활동 등 구체적인 이유 없이 일하지 않는" 인구를 '쉬었음'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20~30대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만 7,000명 늘어난 총 68만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래 6월 기준 역대 최고치입니다. 심지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66만 명) 보다 많다고 합니다.
▶ '그냥 쉰' 청년이 늘어난 이유
작년 말 통계청이 따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쉬었다고 답한 가장 큰 이유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였다고 합니다.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① 경력직만 선호 : 기업들이 대규모 공개채용 대신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면서 청년들이 설 자리는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졸 대기업 신규 입사자 4명 중 1명은 경력이 있음에도 신입으로 지원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기업들이 이른바 '중고 신입'을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② 비정규직 증가 : 올해 5월 아르바이트 등 초단기간 일자리를 구한 청년은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44만 7,2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첫 일자리를 임시·일용직이나 일시적 일자리로 시작한 청년의 비중도 39%에 달해 역대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반면 계약 기간이 1년이 넘거나, 계속 근무가 가능한 일자리의 비중은 지난해보다 1.3% p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는 줄고, 불안정한 일자리는 늘어난 것입니다.
③ 임금 격차 확대 :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습니다. 고용 안정성·임금 등을 기준으로 양질의 일자리와 열악한 일자리가 나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청년들이 △ '그냥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 △ 아예 구직을 포기하게 되고 △ 우리 사회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져 △경기 침체는 물론 저출생과 지역 소멸 문제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 '그냥 쉬는' 청년을 감소시키는 대책
▶ 노동시장 이중구조 타파 :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깨기 위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 등으로 임금의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밀고 있습니다.
대기업-중소기업의 불공정한 하청구조 등으로 대표되는 구조적 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 쉬었음 청년에 대한 인식 변화 : "배부른 소리 그만하고 아무 일이나 하라"라는 말처럼 무직·실업자를 사회적 문제아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쉬는 청년들을 무능하다고 낙인찍는 시선은 문제의 원인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고, 이들을 고립과 은둔의 길로 더욱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 사이 임금·일자리 질의 차이도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문제는 전망도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으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가, 정부 일자리 사업도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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