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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패션 트렌드의 세계
하나의 유행이 뜨고 지고 다시 떴다가 지는 게 패션 트렌드라면, 지나간 줄 알았던 유행이 돌아오는 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중 스키니진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벌써 몇 년째 스키니진이 다시 유행할 거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었습니다. 바지통이 넓어지기 시작한 지도 꽤 됐으니, 유행이 돌고 돌아 이제 스키니진의 차례가 온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스키니진은 아무래도 얘기가 조금 다르다고 보는 시각들이 있습니다,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의 유행이었던 스키니진을 "구시대의 촌티 나는 패션 미감의 상징"으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는 '날씬한 몸'에 대한 사회적 강박을 거부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스키니진 재유행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 박세진 패션 칼럼니스트님의 글을 저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스키니진 패션의 유래
스키니진(Skinny Jeans)은 '몸에 딱 맞는 핏'으로 유명한 청바지 스타일입니다. 이 스타일은 1950년대에 처음 등장했으며, 당시에는 주로 록앤롤 음악가들이 즐겨 입었습니다.
1970년대에는 펑크 록 밴드들이 스키니진을 입으며 대중화되었고, 2000년대 초반에는 다시 유행을 타며 현대 패션의 중요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키니진은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제작되며, 특히 신축성이 좋은 소재를 사용하여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이 스타일은 남녀 모두에게 인기가 있으며, 다양한 패션 아이템과 쉽게 매치할 수 있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 함께 듣는 돌고 도는 패션 트렌드 이야기
패션 트렌드는 반복됩니다. 코트는 짧았다가 길어지고, 셔츠는 핏 했다가 릴랙스 하게 변하기도 합니다. 유행하는 걸 입다 보면 질리고, 그러다 보면 다른 방향을 향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도 스키니진은 약간 특별한 시선을 받고 있는 듯합니다. 한 시절의 강렬했던 유행이 지나간 후 다시 메인 트렌드를 지배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잊혀질 만하면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리고, 그러면 사람들은 패션의 자유로움과 스키니진의 비인간적인 면 사이에서 극단적으로 다른 의견을 내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 예감된 스키니진의 복귀
최근 몇 년째 반복되고 있는 패션 뉴스 중 하나가 스키니진의 복귀, 부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뜬금없는 건 아닙니다. 바지통이 넓어진 이후 배기, 카고, 테이퍼드, 와이드 등 비슷비슷한 핏을 오가고 있습니다.
레깅스가 있다지만 이건 운동복 카테고리에 걸쳐 있어서, 불편함을 자진하는 스키니진과는 약간 다른 길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웨스턴 패션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부츠컷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츠컷도 크게 보면 좁은 바지 카테고리에 속하니, 분명 바지 통이 서서히 좁아지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유선 이어폰 같은 지나간 유행도 다시 돌아왔었는데, 스키니진만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있으니 순서가 올 법도 합니다.
* 웨스턴 패션 트렌드란?
웨스턴 패션 트렌드는 미국 서부의 카우보이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 스타일을 의미합니다. 이 스타일은 주로 다음과 같은 요소들로 구성됩니다:
카우보이 부츠와 같은 튼튼하고 스타일리시한 부츠로,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이 있습니다. 청바지와 데님 재킷은 웨스턴 패션의 필수 아이템입니다.
옷이나 액세서리에 달린 프린지 장식은 웨스턴 스타일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넓은 챙이 있는 카우보이 모자는 웨스턴 패션의 상징적인 아이템입니다.
▶ 구체적인 디자이너 패션 쪽의 움직임
디자이너 패션 쪽의 움직임은 보다 구체적입니다. 에디 슬리먼이 이끌던 셀린느는 2023년 SS 시즌 컬렉션에서 2000년대 초반이 생각나는 '인디록과 그런지, 보헤미안 시크' 분위기의 패션을 선보였습니다. 이런 패션에서 마이크로 미니스커트와 바이커 부츠, 발레 플랫과 로라이즈 스키니진이 빠질 수 없겠지요.
2024년 들어서는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발렌시아가의 2024 윈터 컬렉션에서는 가죽 봄버 재킷에 커다란 스카프를 두르고 부츠에 넣은 스키니진이 나왔습니다.
알렉산더 맥퀸의 쇼에서도 무릎 아래를 끈으로 조인 슬림한 데님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미우미우에서는 크롭탑 데님 재킷에 스키니진의 더블 데님 룩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미우미우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우미우는 최근 몇 년 동안 로라이즈 미니 스커트와 울 케이블 니트, 블루 컬러의 버튼 셔츠와 해링턴 재킷, 그리고 여러 가지 가방으로 글로벌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미우미우가 가는 길을 수많은 브랜드들이 따라 하고 있기 때문에 "스키니진이 역시 대세인가"라고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여전히 관심을 끄는 스키니진 이야기
패션 디자이너와 브랜드는 항상 새롭고 신선한 룩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지금 사람들이 많이 입고 있지 않은 옷들 중에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걸 찾아내서 현대화하고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면 당분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셀러브리티의 SNS와 패션쇼에 스키니진이 계속 흘러나오는 건 유행의 전환을 위한 분위기가 완전히 무르익을 때까지 계속 밑밥을 던지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뉴스와 매거진에게 스키니진 복귀 여부는 사람들이 몰려올 만한 좋은 뉴스입니다. 특히 밀레니얼과 그 이전 세대들은 스키니진에 대해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한 시절을 함께 보냈던 아련한 추억과 감정이 있고, 할 말도 있겠지요. 그리고 약간 더 들어가 볼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자신이 몰두했던 옷이 자기 '몸 긍정주의' (Body positivity)라는 모토 아래 부정되는 모습을 보는 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스키니진이 다시 유행한다면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고 다리에 바지를 집어넣기 위해 애쓰던 자신의 과거를 "역시 그건 그저 한때의 패션이었을 뿐이었어"라며 다독일 수도 있겠습니다.
스키니진 유행 뉴스는 아마도 진짜 유행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나올 거 같습니다. 지금이야 와이드 팬츠, 배기팬츠가 대세라지만 언젠가 문득 내가 왜 이걸 계속 입고 있지 하며 지긋지긋하게 느껴질 때가 분명 옵니다.
▶ 다양성을 표방하는 패션계
패션은 다양성을 표방합니다. 사람의 취향은 지극히 다양합니다. 누군가는 편안한 옷을 입으면서 즐거워하고 또 누군가는 자신을 '억압'하는 옷에서 존재의 의미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배기팬츠는 선, 스키니진은 악' 이런 양자택일이 아닙니다. 잘못이 있다면 "유행 지난 거 왜 입어", "넌 왜 그거 안 입어" 하면서 떠드는 쪽에 있습니다.
유행 따위 무슨 상관입니까. 자기 몸에도, 마음에도 안 맞는 유행 쫓아다닌다고 인생이 더 즐거워지는 것도 아닙니다. 입고 싶은 거 입고 남이 뭘 입든 신경 쓰지 말자고 하는 겁니다.
따지면 몸매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재생산하고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를 방해하는 스키니진보다 유행이나 옷 입는 방식 같은 걸 강요하고 눈치 주는 오지랖 쪽이 사회적 해악이 더 클 겁니다.
▶ 논쟁과 당혹감을 유발하는 스키니진의 복귀
스키니진의 복귀는 논쟁과 당혹감을 유발하게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현세대, 즉 Z세대가 스키니진을 밀어내면서 패션의 세대 간 갭을 만들어 냈기 때문입니다.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의 유행이었던 히든 삭스, 사이드 파트 헤어(포마드 헤어) 등과 함께 스키니진을 구시대의 촌티 나는 패션 미감의 상징으로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스키니진 반대에는 명분도 있습니다. 바로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입니다.
재단하듯이 몸매를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선 Z세대는 날씬함에 대한 동경과 욕망의 산물인 스키니진을 공격합니다. 2000년대 초반 칼 라거펠트는 에디 슬리먼의 디올 옴므에서 만든 스키니진을 입고 싶다면서 40kg 정도를 감량한 적이 있습니다.
2021년 즈음 틱톡에는 '스키니진 금지(#noskinnyjeans)' 태그를 단 수많은 영상이 올라옵니다. 이들은 스키니진을 찢고, 태우고, 입어서는 안 된다고 독려하고, 밀레니얼 세대에게 젊어 보이겠다고 스키니진을 입는 걸 그만두라고 충고합니다.
패션 때문에 무리하지 말고 나이대로, 자기 몸 생긴 대로 떳떳하고 멋지게 살자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2020년 즈음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팬데믹은 건강과 위생의 중요성을 돌아보게 만들었고, 이는 몸을 답답하게 만드는 불편한 옷에 대한 거부로 이어집니다.
편안하고 실용적인 커다란 바지는 점점 더 커집니다. 스키니진 유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2024년의 패션 트렌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바지가 너무 커지고 있다는 점이기도 합니다. 옷은 잘못이 없습니다. 문제는 언제나 인간입니다.
자료 제공 : NEWN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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