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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는 것도 능력이라는 말이 사무치는 요즘
흔히 '사채'라고 불리는 불법사금융 시장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도 심각성을 증명합니다.
법정 이자 한도인 연 20%를 넘어서는 세 자릿수 이율에도 저신용자들이 당장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을 구하기 위해 대부업체조차 찾지 못하고 불법 사채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소액 생계비 대출' 상품의 이름을 '불법사금융 예방 대출'로 변경하고, 저신용자·저소득층 대상 대출제도인 '정책 서민금융' 공급액을 1조 원 확대하며 조치에 나섰습니다.
◆ 대부업체도 서민 대출 외면, 불법사금융 피해 '역대 최고'
주부 이모(51)씨는 남편이 실직하면서 은행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자, 2 금융권에 이어 대부업체까지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은행 대출 연체를 이유로 거절당하여, 이 씨는 결국 불법사금융을 통해 200만 원을 빌렸습니다.
하루 4만 원이었던 이자는, 연체로 원리금이 600만 원까지 불어나면서 2년 만에 하루 12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그는 "불법사금융을 처음부터 이용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돈을 빌려주는 곳이 그곳뿐이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이 돈을 빌릴 수 있는 창구가 사라지면서 불법사금융 피해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신고 건수는 1만 5,397건으로, 전년보다 11.9% 늘었습니다.
역대 최고였으며, 상담·신고 건수는 2020년 8,043건을 기록한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지면서 불법사금융 시장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제도권 대부업체마저 돈을 빌려주지 않다 보니 수백 %에 달하는 이자를 내서라도 급전을 빌리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입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말 등록 대부업체의 대출잔액은 12조 2,105억 원으로, 2019년 상반기(16조 6,740억 원)보다 27.8% 줄었습니다. 이 기간 대부업 이용자는 200만 7,000명에서 71만 4,000명으로 급감했습니다.
그나마 2 금융권의 문턱이 낮다지만, 저신용자에겐 언감생심입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금리 신용대출을 취급한 32개 저축은행 중 신용 점수가 400점을 밑도는 차주에게 대출을 내준 건 7곳뿐이며, 그마저도 대출액은 미미하였습니다.
◆ 신용 점수 낮으면 대출이 어려워
가장 안정적인 대출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1 금융권, 시중은행입니다. 금리가 낮지만 심사가 까다로워서 대출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보험사 같은 2 금융권은 은행보다는 심사 기준이 낮지만, 신용 점수에 따라 금리 차이가 큽니다. 1 금융과 2 금융에서 대출 심사를 모두 거절당하면 보통 대부업체로 이동하게 됩니다.
◆ 대부업체조차 찾기 어려워
광고로 익숙한 '러시앤캐시'나 '산와머니' 같은 곳이 대부업체인데, 요즘은 대부업체도 시장에서 철수하는 추세입니다. 법정 최고 한도 이자도 예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고, 중저신용자의 상환 능력도 악화돼 사업성이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밀려난 사람들이 불법사금융, 사채를 이용하게 됩니다. 사채에 손을 대는 순간 정말로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기 때문에 통계에도 제대로 잡히지 않습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대부업체라 해도 미등록업체는 그냥 불법사금융에 속한다는 사실입니다.
◆ 대형 대부업체, 연체율 치솟고 대출 규모 감소
저신용자의 '마지막 보루'인 대형 대부업체의 연체율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업성 악화에 대출 규모도 줄고 있습니다.
갈 곳 잃은 취약계층은 불법사금융까지 손을 뻗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우수 대부업체를 지원하고 서민 정책금융을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지난 1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대부업체 상위 20곳(개인대출 자산 규모 기준)의 연체율은 10%였습니다.
지난 2022년 7.9%에서 2023년 10.6%로 뛴 뒤 2년 연속 10%대의 연체율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경기 부진으로 대부업체의 주요 고객인 저신용자(6~10등급)의 상환 능력이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대형 대부업체의 사업성도 악화일로입니다.
작년 한 해 상위 20개 대부업체의 당기순이익은 1,417억 원이었습니다. 1년 전(1,520억 원)보다 6.8% 줄었습니다. 2022년(2,643억 원)과 비교하면 46.4%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최근 저신용 차주의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대부업체의 대손비용(회수 불능이 된 금액)이 많이 늘었다"라며 "대부업체 숫자도 감소세라 그런 영향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3년간 상위 20개 대부업체의 대손상각비는 3,787억 원 규모입니다.
대부업체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대출 규모나 이용자 수도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상위 20개 대부업체의 대출잔액은 3조 2,809억 원이었습니다.
2022년 말 3조 8,267억 원에서 2년 새 14.3%가량 감소했으며, 이용자 수 또한 지난 2022년 말 51만 9,801명에서 2023년 말 44만 3,685명, 지난해 말 44만 2,411명 등 계속 줄고 있습니다.
◆ 불법 추심 심각한데, '주먹구구' 불법사금융 실태조사 또 비공개
30대 프리랜서 A 씨는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온라인 대부업체에서 급전을 빌렸다가 일상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업체는 A 씨의 "신용 점수가 낮다"라며 30만~100만 원씩 빌릴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해 줬습니다.
이렇게 '쪼개기 대출'을 받다 보니 미등록 대부업체가 포함된 줄도 몰랐다고 합니다. 매주 이자가 50%씩 불어나더니 원금이 300만 원인데 한 달 이자만 1,000만 원이었습니다.
업체들은 돌아가며 A 씨와 가족들까지 협박했습니다. 한 업자는 "인터넷은행 계좌를 만들어 넘기면 빚을 탕감해 주겠다"라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박종민 법무법인 세담 대표변호사는 "제3자에게 대출 사실을 알리며 협박이나 스토킹 등 추심 과정에서 불법이 만연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A 씨처럼 불법 추심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지만, 정작 '불법사금융 실태 통계'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범정부적 대응을 위해 2019년 이후, 비공개로 해온 조사 결과를 발표해 달라는 요구가 거셌지만 금융당국이 미적대기만 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객관적인 실태조사가 공개돼야 기준을 세워 정책에 활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신용 점수가 낮고 돈이 급한 사람들'은 금리 수준이나 최대한도 같은 조건보다도 대출 승인율을 가장 우선으로 본다고 합니다. 돈이 급하게 필요할 땐 상환까지 고려하지 못할 만큼 절실해진다는 겁니다.
혹시라도 대출 연체 이력이 생기거나 카드값 지불이 늦어지면 신용 점수는 생각보다 쉽게, 그리고 한꺼번에 떨어지니 주의해야 합니다.
연체된 금액을 최대 30일 안에 상환하고 3개월간 정상 거래하면, 다시금 신용 점수가 회복되기 시작한답니다.
자료 제공 : 어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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