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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라떼는 말이야. 다들 단칸방에서 시작해서 늘려 가고 그랬어" 집 문제 때문에 결혼이 망설여진다는 젊은 세대에서 어른들이 한 번쯤 건네는 말입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속 모르고 하시는 말씀으로만 들릴 뿐입니다.
2024년 2월 KB경영연구소의 '2024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의 설문조사에서는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이유' 중 '주거비 부담'이 2위에 올랐습니다. "집 문제만 해결되면 당장이라도 결혼하고 싶다"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습니다.
결혼하면서 집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건 우리가 너무 속물이라서일까요? 아닙니다. 이건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 숫자로 보는 '내 집 마련' 난이도
먼저 간단한 통계부터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약 11억 9천만 원이며, 2023년 30대 평균 연봉은 약 4,225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신혼부부 자가 보유율은 39.8%로 절반이 채 되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연봉 5천만 원 이상 30대 맞벌이 부부가 집을 사려면, 둘이 5년 이상 모든 수입을 모아도 부족합니다. 심지어 집값은 계속 오르고, 대출 규제도 강해지는 추세입니다.
이 상황에서 내 집없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건, 감정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습니다. 실제로는 전세가 아니라 월세로 시작하는 신혼부부들도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매달 100만 원씩 월세가 나가고, 이사 때마다 수백만 원의 중개비와 이사비를 지출해야 합니다.
계약이 끝날 때마다 다음 집 걱정까지 떠안아야 합니다. 돈이 모이기 어려울뿐더러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2001년 이후 부동산 데이터를 보면 신혼 초기에 자가로 시작한 부부와 그렇지 못한 부부는 10년 후 자산 규모가 수억 원 차이가 났습니다.
* 자가 : 집값 상승 + 대출 상환으로 자산 축적
* 전세/월세 : 고정 지출 반복 + 갈아타기 기회 부족
특히 자녀가 생기고, 교육이나 이직을 고려하게 되면 이런 격차는 일상 전반으로 퍼지게 됩니다.
◆ 내 집 마련, 오히려 결혼 후가 기회일 수 있어요
이런 현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결혼하려면 집은 무조건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처음부터 집이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집이 없으면 결혼을 못 한다는 극단적인 생각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내 집 마련은 결혼 이후에 더 쉬워질 수 있습니다. 명확한 목표 의식, 공동의 경제 계획, 그리고 신혼부부만을 위한 정책 지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혼 후엔 여러 변화들이 생기며, 목표가 분명해집니다. "우리 집을 사자'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소비 습관, 저축 패턴이 훨씬 더 명확해집니다.
현실 감각에도 눈을 뜨게 됩니다. 생활비, 노후 대비, 아이를 낳는다면 교육비 등을 고민하면서 '지금의 내가 살 수 있는 집'과 'n 년 뒤에 사고 싶은 집'의 기준이 뚜렷해집니다.
장기 목표와 구체적인 단기 목표가 나오면 정보수집도 수월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시작하기 때문에 수많은 정보와 지원책을 탐색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혼인신고와 동시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신혼부부 지원 정책을 함께 살펴볼까요?
* 신혼부부 특별공급(특공) : 생애 최초 청약 + 소득 기준 충족 시 가점 경쟁보다 유리
* 신혼희망타운 : 육아 지원형 공공분양. 저렴한 가격 + 대출 우대
* 신혼부부 전용 임대주택 :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거주 가능
* 보금자리론 우대금리 : 신혼부부는 최대 0.3% p 금리 인하 적용
이런 제도는 '혼인신고 이후'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결혼을 통해 제도적 기회를 잡는 전략도 가능합니다.
◆ 먼저 시작하고, 나중에 갈아타도 돼요.
좋은 집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서울 신축 아파트만 바라보면 선택지가 너무 좁아지고 의욕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외곽의 소형 아파트부터 시작해 2~3년 뒤, 혹은 5년 안에 갈아타는 전략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수도권 역세권 구축 아파트, 대출 규제가 덜한 비규제지역,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 등을 노려서 첫 매수 후 갈아타기 전략을 세우는 게 더 현실적입니다. 무조건 첫 집이 인생 마지막 집일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압니다. 내 집에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욕심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바람이라는 것을요. 하지만 그 소망이 너무 커 보일 때, 포기하거나 미루기보다 현실적 전략으로 접근하는 게 더 현명한 방법입니다.
집에 대한 목표가 있고, 함께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시작은 충분히 든든한 출발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생애 3~4번 정도 이사를 하게 됩니다.
자료 제공 : 어피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