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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볶음면의 파괴적 혁신
먼저 사용할 개념은 '파괴적 혁신'입니다. '파괴적 혁신'은 경영학 이론의 대가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1952~2020년)의 이론입니다.
파괴적 혁신이라니 '모든 면에서 뛰어난 엄청난 기술'을 떠올리실 것 같지만, 이 '파괴적 혁신'은 그런 게 아닙니다. 오히려 좀 이상하거나, 수익성에 큰 도움 안 될 것 같은 상품과 관련이 있는데, 이를테면 '불닭볶음면'이 됩니다.
처음 불닭볶음면을 먹었을 때는 너무 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한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극도로 매운맛을 좋아하는 극소수 소비자를 위한 틈새 상품이면 몰라도, 농심의 신라면처럼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국가대표급 라면의 경쟁 상대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 삼양식품, '신라면'의 농심을 제치고 불닭볶음면의 역사를 새로 쓰다.
그러나 불닭볶음면은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불닭볶음면을 만든 삼양식품은 라면시장에서 40년 넘게 장기 집권한 '신라면'의 농심을 제치고 영업이익으로 라면 업계 1위가 되었습니다. 시가총액은 이미 8조 원(25년 5월 20일 기준)을 훌쩍 넘어, 농심 시총의 무려 세 배에 달합니다.
정말 독특한 라면, 불닭볶음면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그건, 시장 자체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신라면은 우리나라 라면계의 '왕'이었지만, 불닭볶음면은 지구촌 전체의 '라이징 스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BTS가 세계를 휩쓴 이후 한국 문화와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라면은 이제 세계에서 통하는 상품이 됐습니다.
불닭볶음면을 소비하는 시장의 크기는 5,000만에서 80억으로, 160배 커졌습니다. 새롭게 펼쳐진 시장에서 불닭볶음면은 대체 불가능한 제품이 됐었습니다.
온라인에서 챌린지 열풍의 중심에 있는 '독특하고 참신한 뭔가'가 된 것입니다. 기존 시장 참여자들이 보기에는 '이상한' 제품이었지만, 그 제품이 더 큰 시장을 연 것입니다. 이게 파괴적 혁신의 정체이고, 삼양이 치고 나갈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 HBM이 불닭볶음면처럼 파괴적 혁신인 이유
삼성전자도 불닭볶음면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삼양식품이 사상 처음으로 농심을 제쳤습니다. 불닭볶음면 덕입니다.
2024년 영업이익이 3,400억 원대. 같은 기간 농심은 1,600억 원에 그쳤습니다. 매출로는 농심이 삼양의 2배인데(3조 4천억 원 vs 1조 7천억 원) 놀라운 일입니다.
PER(주가수익비율)로 보면 어떨까요? PER은 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수익성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냅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현재의 수익성보다 높은 시장평가를 받고 있음'을 의미하며 보통 '성장주'라고 합니다.
삼양이 농심을 제친단 낌새는 지난해 초부터 감지됐습니다. 깜짝 실적을 눈치챈 투자자들이 먼저 주식 매수에 나섰다. 주가가 치솟았고, 자연히 PER이 치솟았습니다.
당시 언론은 농심의 PER이 12배에 불과한데 삼양은 32배라고 썼습니다. 투자자들이 그만큼 해당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의 예상은 현실이 됐습니다. 2024년 실적이 발표된 2월 현재,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약 6조 원)은 1년보다 350% 올라, 제자리걸음 한 농심(약 2조 원)의 약 세 배가 되었습니다. '신라면'으로 상징되는 부동의 업계 1위 농심을 만년 3등이 제치는 파란이 일어났습니다.
과도한 멀티플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황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각 기업 실적이 향후 2년 정도 지속된다면 농심의 영업이익이 2천억 원대에 머무는 동안 삼양은 5천억 원을 돌파한다고 보입니다.(네이버 종목 분석에 기재된 시장 컨센서스 기준)
◆ 다윗이 골리앗을 꺾었다.
해외 신규시장 덕분입니다. 라면은 한국인만 먹는 음식인 줄 알았습니다. 인구는 고정되어 있으니, 식료품 시장에서 급성장이란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K컬처의 유행과 함께 코리안 푸드 열풍이 불었으며, '어마어마하게 매운 불닭면 챌린지'는 유튜브 인기 콘텐츠가 됐습니다.
해외에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됐습니다. 한국인은 5천만이지만, 세계는 80억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마치 테크 기업처럼 치솟았습니다.
작고한 경영 이론의 대가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이 보았다면 이렇게 외쳤을 겁니다. "이게 파괴적 혁신입니다"
◆ 파괴적 혁신, 처음엔 빛 좋은 개살구처럼 보인다.
비슷한 일이 반도체 세계에서도 일어났습니다. 그것이 HBM입니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부문 기준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멀찌감치 제쳤습니다. 올해는 격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비싼 최신 HBM'은 올해도 하이닉스만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료 제공 : 어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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