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때 번개·벼락, ‘30초’가 골든타임이라고?
집중호우와 같이 온 번개, 번개 대응 방법 정리
서울·경기와 충청남도에 집중호우가 내리는 가운데, 번개와 낙뢰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낙뢰는 심각한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번개가 친 이후 30초 이내에 천둥이 울리면, 즉시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번개는 구름 상층부의 양(+) 전하 입자에서 하층부나 지표면의 음(-) 전하 입자로 전기가 흐르며 방출되는 현상인데, 이러한 번개 중 구름에서 지면으로 떨어지는 번개를 낙뢰라고 합니다.
대체로 적란운의 상층부에는 양전하가, 하층부에는 음전하가 모인다. 상층부와 하층부의 전위차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순간적으로 전류가 흐르는 방전 현상, 즉 번개가 나타납니다. 번개는 이 같이 구름 속에서 나타나는 전위차 때문에 생기고, 90% 이상의 번개는 구름 속에서 치게됩니다.
낙뢰는 기후 위기로 인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4년 국내에서 관측된 낙뢰 횟수는 14만 5,784회에 이른다고 하는데, 최근 10년 평균과 비교해 44%나 늘어난 것입니다.
가끔 구름과 땅 사이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것이 ‘벼락’입니다. 즉 번개 중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번개가 벼락입니다.
많은 전하를 가진 구름이 물방울이나 얼음이 밀집한 지역, 즉 음전하가 강한 곳을 지날 때 구름의 음전하는 더욱 강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구름 속의 음전하들은 지상을 향해 움직인다. 이를 ‘선도낙뢰’라고 부르는데, 선도낙뢰는 빛이 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로 대기가 불안정해지며 낙뢰가 잦아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얘기합니다. 지표면 온도가 올라가면 대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낙뢰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인도에서는 2022년 한 해 동안 낙뢰로 907명이 사망해 2020년 낙뢰로 인한 사망자 수의 약 4배를 기록했습니다. 인도과학환경센터는 "기온이 섭씨 1도 오르면 번개는 12배 증가한다"라며 기후 위기가 낙뢰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벼락의 전압과 온도
▲ 전압 : 약 10억 볼트(V)에 달합니다. 이는 가정용 콘센트(220V)의 4,500만 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수치입니다.
▲ 온도 : 벼락이 발생하는 순간의 온도는 약 27,000도(℃)로, 태양 표면 온도(약 6,000℃)의 4~5배에 이릅니다.
이러한 극한의 전압과 온도는 공기 중에서도 절연을 뚫고 방전이 일어날 수 있게 만들며, 벼락이 나무나 건물에 떨어질 경우 화재나 폭발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 번개·낙뢰 피해
낙뢰는 심각한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낙뢰로 119 구급대가 출동한 사례는 31건이며, 이 중 6건이 '심정지' 사고였다고 합니다.
2023년에는 강원도 양양에 떨어진 낙뢰로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습니다. 낙뢰가 잦아지는 만큼 앞으로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번개·낙뢰 행동 요령 : 30 : 30 안전 수칙에 유의
▶ 낙뢰가 예상될 땐
TV, 라디오, 인터넷 등에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호우를 발표했다면 안전한 곳으로 빨리 대피해야 합니다. 산 위 암벽이나 키 큰 나무 밑은 위험하니 피하고, 등산용 스틱이나 우산 같이 긴 물건은 몸에서 멀리해야 합니다.
▶ 낙뢰가 발생할 땐
번개를 보면 신속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외출을 자제해야 합니다. 집 안에서는 전화기나 전기제품 등의 플러그를 빼어 두고, 전등이나 전기제품으로부터 1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번개가 친 이후 30초 이내에 천둥이 울리면, 즉시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합니다. 30초 내 천둥이 울렸다는 것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벼락이 쳤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15초 내 천둥소리를 들었다면 약 5km 지점에서 번개가 친 것입니다. 마지막 천둥소리가 들린 후 30분이 지난 뒤 밖에 나가는 걸 권장합니다.
▶ 낙뢰에 맞았을 때
낙뢰로부터 안전한 장소로 주변인들과 함께 환자를 옮기고 의식이 있는지 살핍니다. 의식이 없으면 즉시 호흡과 맥박의 여부를 확인하고 호흡이 멎어 있을 때는 인공호흡을, 맥박도 멎어 있으면 인공호흡과 함께 심장 마사지를 합니다.
또한 119 또는 인근 병원에 긴급 연락하고, 구조요원이 올 때까지 주변인들과 함께 환자를 응급조치하고 환자의 체온을 유지시켜야 합니다.
환자가 의식이 있는 경우에는 주변인들과 함께 환자 자신이 가장 편한 자세로 안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만약 환자의 의식이 분명하고 건강해 보여도, 감전은 몸의 안쪽 깊숙이까지 화상을 입히는 경우가 있으므로 빨리 병원에서 응급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 벼락을 7번이나 맞고도 살아남은 사람
▲ 생존 사례 : 로이 설리번(Roy Sullivan)
미국 셰난도아 국립공원의 삼림 경비원이었던 그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인물입니다. 1942년부터 1977년까지 총 7번 벼락을 맞았고, 각 사건마다 화상이나 청력 손실 등 부상을 입었지만 모두 생존했습니다.
그의 모자는 실제로 벼락에 탄 흔적이 남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답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와 외로움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월터 섬머포드라는 영국 군인이 있는데, 그는 생전에 3번, 사후에 묘비까지 벼락에 맞은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벼락은 드물지만 치명적인 자연현상입니다.
혹시 벼락 맞은 사람의 몸에 전기가 흐를까 걱정되신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도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