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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초록빛, 녹차·말차 트렌드가 주목받는 이유

쏭강 누리집 2025. 5. 2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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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커피보다 말차가 트렌드라고? 젠지들이 말차에 빠진 이유

 

요즘 카페에서 커피보다 잘 팔리는 녹색음료

혹시 요즘 부쩍 말차맛 과자나 음료 인증샷이 많이 보인다는 생각 해본 적 없나요? 말차는 녹차 나뭇잎을 사용하지만, 뜨거운 물에 우려내는 녹차와 달리 찻잎을 갈아 분말 형태로 만들어 물에 섞어서 마시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트렌디한 음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틱톡에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80만 개가 넘고, 슈퍼말차 등 힙한 말차 전문 브랜드가 등장할 정도로 많은 젊은 세대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밥보다 맛있네. 커피엑스포 '디저트의 향연'

말차가 갑자기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19와 최근 영미권에서 유행하고 있는 '클린 걸(clean girl)' 트렌드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24시간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오히려 전보다 더 외로움을 느끼는 젊은 세대가 '커피는 효율, 차는 낭만'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작년 11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 카페쇼에 다녀왔는데, 건물 전체가 행사장으로 쓰였을 정도로 규모가 컸습니다. 방대한 커피의 세계도 인상적이었지만, 제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던 건 차(茶)의 존재감이었습니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 카페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콘셉트로 쇼룸을 꾸민 티 브랜드, 티소믈리에가 안내하는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기꺼이 줄을 섰습니다. "이 정도로 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차에 관한 관심은 그때보다도 더 커진 것 같습니다. 부산을 대표하는 모모스커피는 최근 성수동 티룸으로 유명한 맥파이 앤 타이거와 손잡고 다양한 차를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는 5월 23일에는 40여 개 넘는 브랜드들이 참여하는 '크래프트 티 페스티벌'이 열릴 예정입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차 시장을 제2의 커피로 바라보고 있는데요. 왜 사람들은 커피가 아닌 차를 찾게 된 걸까요? 젊은 세대가 주목한 차 한 잔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 아이스크림부터 과자까지, 차의 무한 변신

 

수제 커피를 제조하는 티소믈리에

수많은 차 중에서도 녹차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트렌디한 음료이자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틱톡에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80만 개가 넘을 정도입니다.

 

이런 Z세대의 녹차 사랑은 시장 규모 변화로도 나타납니다. 녹차 시장은 팬데믹이 유행하던 2021년부터 지금까지 연평균 성장률 11.9%를 기록하며 빠르게 규모를 불려 왔습니다. 2028년에는 약 340억 달러 규모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녹차 트렌드의 급부상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컸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과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녹차의 다양한 효능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녹차는 다이어트에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녹차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됩니다. 특유의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은 식사 후 혈당이 상승하는 걸 잡아줍니다.

 

몸속 해로운 성분을 배출해 면역력을 높여주고, 운동 전 마시면 지방 분해를 촉진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입니다. 건강한 삶에 관심 많은 젊은 세대가 주목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마음을 차분하게 다잡아주고, 카페인 등 부작용이 적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연스럽고 건강한 아름다움, 기분 좋은 일상을 추구하는 클린 걸(clean girl)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배우 젠데이아, 모델 케이트 모스 등 셀러브리티들도 SNS에 자신만의 녹차 루틴, 말차 레시피 등을 공유하면서 트렌드를 이끌었습니다.

 

가장 표준적인 말차 밀크티

기업들도 이런 녹차·말차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계열사인 오설록은 작년 10월 성수동에 대규모 티하우스를 열고, 용산 매장도 리뉴얼해 주목받았습니다.

 

'힙한 말차'로 유명한 슈퍼말차는 올해 2월 영국에 진출했고요. 현지 대표 프리미엄 백화점인 셀프리지앤코(Selfridges & Co.)로부터 먼저 입점 제안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한솥도시락은 제주녹차를 더한 미니 호떡을, 배스킨라빈스는 지난 4월 이달의 맛으로 '아이스 그린티 킷캣'을 공개하는 등 녹차와 말차의 영향력은 꾸준히 커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 정도로 녹차·말차 트렌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요? 젊은 세대는 건강 말고도 차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는 걸까요?

 

보성 녹차밭의 전경

전 세계적인 녹차, 말차 열풍이 이어지면서 원료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일본 최대 말차 생산지인 교토 우지시(宇治市)의 상점들은 1명당 1개로 말차 구매를 제한할 정도입니다.

 

버블티에서 말차로 트렌드가 급변 중인 라오스에서는 "품질만 확실하면 일본산 녹차 가루 100g에 80달러까지 낼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기존 가격인 30달러에 비해 거의 3배 가까이 급상승한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보조금 등을 지급하며 수요를 맞추려 노력 중이지만, 어려움이 많습니다. 고품질 말차는 봄철 찻잎으로만 만들 수 있어서, 생산량이 한정돼 있거든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한국 보성, 제주 등 녹차 가루가 해외에 대체재로 진출할 기회”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 커피가 연료라면, 차는 ‘낭만’의 음료

 

커피가게에서 나홀로 창가에 앉자 커피 한잔의 여유로움

‘커피’ 하면 어떤 모습이 상상되나요? 저는 사람들이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노트북이나 책을 펼쳐두고 일하는 장면, 여럿이 모여 앉아 회의하는 이미지가 그려졌습니다.

 

물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카페는 휴식보다는 왠지 생산적인 활동이 더 잘 어울리는 공간으로 느껴졌습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보다는 '하루를 위한 연료'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차를 마실 때, 우리는 오롯이 눈앞의 차 한 잔에 집중하게 됩니다. 티백이나 찻잎을 우려내서 찻잔에 따르는 것을 말입니다.

 

따뜻한 물을 붓고 말차 가루를 풀어 천천히 섞어주는 것에 모두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거든요. 그렇게 만든 차 한 잔의 맛과 향을 음미하다 보면, 긴장된 몸이 풀어지고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전통적인 녹말차 를 준비하는 과정. 바리스타가 말차를 위해 그릇에 물을 넣습니다. 커피숍에서 말차 가루를 채찍질하기 위해 현대식 전기 거품기를 들고 있는 여성의 손

그래서 차는 단순히 새로운 트렌드로 소비되는 게 아닙니다. '더 빨리, 더 많이'가 미덕이 된 세상에서 나만의 시간, 나만의 여유를 되찾으려는 사람들의 바람이 담긴 음료입니다.

 

사실 다도라는 것도 일종의 마음 챙김과 비슷한데, 단계마다 동작을 천천히 하면서 그 단계를 또 음미하고, 내 마음과 호흡에 집중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카페에서 물을 붓고 차 한 잔을 마시는 여성

참 여러 가지 번민이 많은 요즘인 것 같습니다. 세상은 빨리 돌아가고, 자극도 너무 많지요. 이런 환경 속에서 잠시 말차와 함께, 녹차와 함께 마음 챙김을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정희원의 저속노화, "녹차, 말차는 건강에 좋을까?"

 

용산 슈퍼말차 카페 로라주막 전경

차는 스마트폰 대신 앞에 앉은 사람과 얼굴을 마주 보고 소통하는 계기가 되기도 됩니다. 각자 좋아하는 차를 마시면서 맛과 향에 관한 느낌을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로도 대화가 이어지게 됩니다.

 

엄지손가락과 터치 화면 대신, 눈빛과 목소리로 온전히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거예요. 소셜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24시간 이어져 있지만, 오히려 더 외로움을 느끼는 젊은 세대에게는 인간적으로 연결된다는 '낭만'을 되살려주는 것입니다.

 

경복궁 생과방에서 즐기는 차 한잔의 여유

"차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으면 차분하게 만들어주고, 너무 우울하면 활기를 돋아주는 도구라고 합니다. 차를 마음의 중심을 잡는 도구로도 사용하는 것입니다. 좋은 걸 더 좋게, 슬픈 걸 더 슬프게 만드는 게 술이라면 차는 항상 중심을 잡게 만들어줘요."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것 같은 일상, 차 한 잔의 낭만을 음미해 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에게도 잊고 있었던 여유와 고요함을 선물해 줄 겁니다.

 

자료 제공 : 뉴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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