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할인에 갑자기 진심이 된 이유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아마 공감할 것입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커피가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맛을 음미하며 마시는 커피와 생존을 위해 들이키는 커피 말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커피부터 내리는 저에게 커피는 나름의 취향이 가득 담긴 기호품이자, 하루라도 없으면 안 될 생명줄이기도 합니다.
어떨 땐 근사한 공간에서 차분히 원두의 고유한 향미를 즐기고, 어떨 땐 '빅사이즈' 아이스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황급히 쭉 흡입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커피 시장도 정확히 이렇게 두 방향으로 양극화되는 중입니다.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고가 커피 체인이 한쪽에 있다면, 반대편에는 '노란 간판 3사'로 불리는 메가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이 주도하는 저가 커피 체인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타벅스는 저가 커피 체인의 공세에 대응해 할인을 늘리는 한편, 새로운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흥미진진한 커피 시장 이야기, 지금부터 다 함께 자세히 살펴봤으면 합니다.
◆ 1,500원짜리 커피 팔아서 스타벅스 추월한 메가커피
요즘에는 어디서나 '아메리카노 1,500원' 간판을 내건 커피 체인점을 쉽게 볼 수 있잖아요. 빠르게 카페인을 충전해야 할 때면 자주 찾게 되는 게 바로 이런 저가 커피 체인입니다.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인 경우가 많은 데다 가격도 부담 없는 수준이니까요. 한 끼에 1만 원은 줘야 먹을 수 있는 고물가 시대에 이런 저가 커피 체인은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얇아진 지갑을 메워주는 구세주나 다름없습니다.
길어지는 고물가와 경기 불황 때문인지 저가 커피 체인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중입니다.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대형·고가 커피 체인과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 커피 체인으로 우리나라 커피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쉽게 말해 시간 여유가 있고 기분을 좀 내고 싶을 땐 스타벅스에 가고, 사무실이나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 커피가 급하게 필요할 땐 메가커피에 간다고 합니다. 그 중간에 낀 '이디야' 같은 중저가 커피 체인은 상대적으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합니다.
메가커피를 비롯해 콤포즈 커피, 빽다방 등 저가 커피 체인이 지난 몇 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다는 건 숫자로도 나타납니다.
▶ 국내 저가 커피 체인 1위 메가커피
국내 저가 커피 체인 1위인 메가커피의 경우, 2015년 서울 홍대점을 시작으로 2020년에 1,000호점을 돌파하더니 2년 만인 2022년에는 2,000호점을, 2024년에는 3,000호점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3월에는 3,500호점을 돌파했습니다. 콤포즈 커피와 빽다방도 전국에 각각 2,900여 개, 1,7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중요한 숫자는 따로 있는데, 장사를 얼마나 잘했는지 보여주는 영업이익률입니다. 메가커피를 운영하는 앤하우스는 지난해 4,600억 원 넘는 매출에 영업이익 1,076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보다 각각 34.6%, 55.2%나 늘어난 것인데, 영업이익률은 21.7%에 달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가 같은 기간 3조 원 넘는 매출에 영업이익 1,908억 원으로 6.2%의 영업이익률을 찍은 것과 비교했을 때, 스타벅스의 3배가 넘는 수익성을 보인 것입니다.
▶ 스타벅스의 '투 트랙 전략'
스타벅스가 위기에 빠졌다는 말은 최근 몇 년 사이 계속 나오는 중입니다.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3조 원을 돌파하고 매장 수가 어느덧 1,900개를 넘어섰을 정도로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는데,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1년 10% 수준이었던 영업이익률은 이듬해 4.7%로 떨어졌고, 이후에도 좀처럼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찍으며 성장세를 이어가는 저가 커피 브랜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이런 위기에 맞서 최근 스타벅스는 '투 트랙 전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저가 커피의 공세에 대응하는 한편, 새로운 차별화 전략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메가커피의 영업이익률이 스타벅스의 3배가 넘는 데에는 사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100% 본사 직영으로 운영하는 스타벅스는 매장이 늘어날수록 인건비·임대료 등 매장 운영 비용도 같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반면 가맹사업을 위주로 하는 저가 커피 체인은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높아집니다.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두·자재와 가맹비, 로열티 등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가맹점별 매출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가맹 본사만 돈 버는 거 아냐?"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 메가커피 인기에 대처하는 스타벅스의 자세
1960년대 지어진 건축물의 요소를 살린 스타벅스 장충 라운지 R점은 국내 스타벅스 중 처음으로 '믹솔로지 바'를 도입했습니다.
바텐더들이 커피를 기반으로 한 주류 메뉴를 제공하는 것인데, 에스프레서 마티니 등 커피를 활용한 칵테일 음료 11종을 맛볼 수 있습니다.
▶ 스타벅스의 할인 정책
최근 화제가 된 소식이 하나 있는데, 스타벅스 커피를 절반 이하의 가격에 마실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지난 4월 말부터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라떼·오늘의 커피·아이스커피 등 커피 메뉴 4가지 중 하나를 주문하면 30분 뒤부터 쓸 수 있는 쿠폰을 줍니다.
이 쿠폰으로 오늘의 커피·아이스커피는 1,800원,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와 1/2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는 2,000원에 살 수 있답니다. 당일에만 쓸 수 있다는 제한이 있지만, 60%나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거라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할인 정책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오후 5시 이후 디카페인 커피나 카페인이 없는 음료를 주문하면 최대 50% 할인해 주는 '이브닝 이벤트'를 최근까지 약 한 달 동안 한시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원두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하나둘씩 가격을 올리는 상황에서, 스타벅스는 정반대로 가격 할인 정책을 꺼내고 있는 것입니다.
▶ 스타벅스 일부 매장에 진동벨과 키오스크 도입
다른 부분에서의 변화도 있는데, 스타벅스는 작년부터 일부 매장에 진동벨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브랜드 철학에 따라 지금까지는 음료가 완성되면 고객의 닉네임을 부르고 음료를 직접 전달해 왔습니다. 근데 이 철칙이 깨진 것입니다.
조만간 서울 중구 명동점에 키오스크를 도입할 거라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키오스크가 설치되는 건 전 세계 스타벅스 중 처음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전체 매장 중 80%에 달하는 매장의 운영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늘리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스타벅스는 이런 변화들이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거라고 말합니다. 진동벨이나 키오스크는 일부 매장에 한해 보조적으로 도입하는 거라 기존의 브랜드 가치가 달라지는 건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매장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할인 정책이나 매장의 변화 모두 저가 커피 체인의 공세로부터 고객을 지켜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 스타벅스의 또 다른 변화, 특화 매장
"스타벅스 특유의 감성 다 사라지는 거 아냐?"라고 하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스타벅스는 또 다른 변화도 모색 중이라고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특화 매장입니다.
매장 자체를 명소처럼 만든 스타벅스의 '더(THE)' 매장은 '지나가다 들르는 게 아니라 목적지로 찍고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컨셉으로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공간 설계나 디자인, 스토리텔링 소재까지 고려해 까다롭게 선정한다고 합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R점'으로 부르는 리저브 전문 매장이 핵심입니다.
2024년 서울시 중구에 문을 연 스타벅스 장충 라운지 R점은 한 재벌가의 50년 된 저택을 리모델링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답니다.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인 나상진이 무려 3년에 걸쳐 지은 집으로 알려졌는데, 어느덧 '너무 흔해진' 스타벅스가 특별한 공간을 선보이려고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지난 4월에 오픈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스타벅스 리저브 도산점은 칵테일바 같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예쁘고 독특한 인테리어로 인기를 끄는 중이라고 합니다.
스타벅스가 고급 커피의 대명사였던 시절은 사실 끝난 지 오래됐습니다. 그 사이 여러 프리미엄·스페셜티 커피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했고, 각각의 개성과 아이덴티티를 살린 독립 로스터리·커피 브랜드도 많아졌습니다.
스타벅스는 오히려 조금은 '대중화'된 느낌마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벅스의 변신은 저가 커피 체인의 공세에 맞서면서도 동시에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려는 노력으로 읽힙니다. 스타벅스의 변화가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도 좋겠죠?
자료 도움 : 뉴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