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1만 원 이하 주문은 중개 수수료 안 받습니다”
자영업자 "배민 이건 선 넘었어"
여러분은 음식 주문할 때 포장 주문 자주 이용하나요? 배달비 무료 혜택이 늘고 있지만, 집에서 가까운 음식점이라면 포장 주문이 편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배달앱들이 이제 포장 주문에도 중개 수수료를 받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이 가게 점주들에게 포장 주문도 배달 주문과 똑같이 주문 금액의 6.8%를 수수료로 받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전엔 배달 주문만 수수료를 받아왔는데, 오는 7월 1일부턴 배민에 새롭게 가입한 점주들에게 포장 주문도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입니다.
◆ 배민은 왜 스스로 배를 가르려 할까?
배달의민족이 2024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수익만큼 입점업체와 소비자의 반발도 커지고 있습니다. 단기 수익에 집중한 배민의 선택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솝우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내용은 이러합니다. 매일 아침 황금알을 하나씩 낳던 거위를 가진 한 농부가 있었는데, 욕심이 과해진 농부는 거위의 배 속에 더 많은 황금이 들어 있을 거라 믿고, 결국 거위의 배를 가르고 맙니다.
그 결과, 황금알도 거위도 모두 잃게 됩니다. 요즘 배달의민족을 보면서 어쩐지 이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 매출이 늘어날수록 욕먹는 배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의 2024년 성적표는 대단했습니다. 전년 대비 26% 증가한 4조 3,22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입니다.
다만, 영업이익은 6,407억 원으로 집계되며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8% 감소했습니다. 무료 배달 경쟁으로 수익성 측면에서는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약 15%의 영업이익률로 준수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실적이 오를수록 시장의 반응은 점점 냉담해지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 배민, 돈은 벌었지만, 그 돈은 어디로?
가장 큰 비판은 배민이 벌어들인 수익이 국내 배달 생태계에 재투자되기보다는 해외 본사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배민의 지분 100%를 보유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2023년 약 4,127억 원을 배당금으로 받아간데 이어, 2024년에는 자사주 소각 방식으로 약 5,400억 원을 환원받았습니다.
이는 영업이익의 약 84%에 해당되는 규모입니다. 국내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이 만들어낸 부가가치가 해외 주주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인해 점주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반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 배민, 벼룩의 간을 빼먹으랴?
여기에 최근 배민은 포장 주문에도 6.8%의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고객이 직접 매장을 방문해 음식을 찾아가는 경우에도 수수료를 받겠다는 방침입니다.
가뜩이나 배달 중개 수수료와 광고 비용으로 머리가 아픈 점주 입장에서는, 물류나 배달 인프라를 제공하지 않는 포장 주문에까지 수수료를 붙인다는 사실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경쟁업체인 쿠팡이츠가 포장 중개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더욱 거센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 배달의민족, "소액 주문엔 수수료 안 받아요"
배달의민족이 1만 원 이하 주문에 중개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배달비도 차등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주문 금액이 낮을수록 업주 부담 비율이 높아지는 문제를 줄이자는 취지이며, 업주 전담 상담센터 마련, 손실보상 시스템 개선 등도 함께 추진됩니다.
◆ 자영업자, 주문 금액 적을수록 더 무거운 '수수료 부담'
소액 배달 주문일수록 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배달비 비율이 높다는 점은 계속해서 배달의민족의 문제로 지적돼 왔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기준 배달비 3,400원은 주문 금액과 상관없이 고정인데, 1만 원짜리 음식을 팔아도 업주는 배달비에 중개 수수료까지 더해 전체 금액의 40% 이상을 부담해야 했다고 합니다.
배달앱 사용이 일상화된 요즘, 이런 구조는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 배달의민족 상생 방안, 구체적 시행 방식은 아직 미정
이에 배달의민족은 업주 단체와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소액 주문 수수료 면제 등 상생 방안에 중간 합의했습니다. ▲1만 원 이하 주문은 중개 수수료 전액 면제 ▲1만~1만 5,000원 주문은 차등 지원을 통해 업주 부담을 낮추기로 한 것입니다.
▲이 밖에도 입점업주 전담 상담센터 구축·손실보상 접수 시스템 개선 등 업주의 편의성을 개선하는 내용도 합의안에 담겼다고 합니다. 3년간 최대 3,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시행 시기나 세부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추가 논의가 예정돼 있는데, 논의 결과에 따라 이번에 열린 사회적 대화가 최종 합의로 이어질지 관심을 가져봅니다.